시험땐 ‘설계도’개요 짜는데 40분 투자”
지난해 연세대 정시모집 논술고사에서 최상위권 점수를 받은 오유진(19·사회과학계열 07학번) 씨. 그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튀는’ 예시를 많이 드는 것보다는 채점자가 한눈에 알아볼 만큼 글의 구성을 탄탄히 하는 쪽으로 논술전략을 세웠다. 예상은 적중했고, 그는 연세대에 합격했다. 연세대는 오 씨를 “2007학년도 논술 최고점자 2명 가운데 한 명”으로 소개했다.
○ 개요 짜기는 논술의 반(半)이다
구성이 탄탄한 글은 ‘개요 짜기’로부터 시작된다. 개요 짜기는 논술문을 쓰기 위해 꼭 필요한 ‘설계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오 씨는 시험시간 2시간 중 40분을 개요 짜기에 투입했다. 먼저 서론 본론 결론을 나눈 뒤 다시 여러 개의 단락으로 세분했다. 그리고는 단락마다 쓰일 핵심 단어나 아이디어를 촘촘하게 적어 넣었다.
“핵심 단어들 사이에 조사(助詞)만 집어넣어도 금방 글이 완성될 만큼 개요를 아주 구체적으로 짜는 데에 정신을 집중했어요. 그랬더니 글이 쉽게 써져서 오히려 시간이 남더라고요.”
오 씨도 고2 때까지는 글 쓸 시간이 부족할까봐 개요를 ‘대충 그리고 빨리’ 짰다. 서론 본론 결론만 나눈 뒤 ‘일단 쓰면서 생각하자’는 쪽이었다. 그 결과 시간이 늘 부족했다. 자꾸만 펜을 멈추고 ‘이번엔 뭘 써야 하지’를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행착오 속에서 그는 ‘뼈대(개요)가 강할수록 몸(논술문)도 쑥쑥 큰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상세한 개요 짜기는 글을 쓰는 것에 맞먹는 연습 효과를 낸다. 고3 때 오 씨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개요 짜기 훈련을 했다. 각 대학의 기출문제를 놓고, 답안을 끝까지 써 보는 대신 개요 짜기만 해보았다. 자신의 주장을 정하고, 서론 본론 결론에 해당하는 내용을 배열한 뒤 각 단락에 쓰일 메인 아이디어나 예시를 몇 개의 핵심단어로 표현했다. 개요 짜기를 통해 실제 답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써보는 것 같은 ‘시뮬레이션’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글을 써 나가는 도중 단락 단위로 퇴고(推敲)하는 것도 오 씨의 노하우 중 하나였다. 문단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자신이 당초 세운 개요에 부합하는지를 냉정하게 비교해 본다. 개요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문단을 과감하게 고쳐 쓰거나 다시 썼다. 그러다 보니 최종 완성된 논술문이 계획했던 밑그림(개요)에 완벽하게 포개어질 수 있었다.
○ 생활 속에서 예시를 찾아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정시 논술까지는 한 달 반의 시간이 있었다. 오 씨는 학원에 다니면서 일주일에 세 편씩 글을 썼다. 서론 본론 결론을 모두 갖춘 ‘통글’을 써 보긴 처음이었다. “‘통글’을 쓰면서 글쓰기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오 씨는 “무조건 많이 쓰고 많이 첨삭지도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상에서 뭘 하든지 간에 ‘이걸 논술에 어떻게 써 먹을까’를 고민하는 습관도 들였다. 서울 신세계 백화점 본점 외벽에 그려진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봤을 때는 ‘기업들의 문화마케팅을 설명할 때 예로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논술시험 사흘 전에는 TV 뉴스에서 안타까운 이야기를 보았다. 한 미국인 부모가 전신이 마비된 자녀에게 성장억제 수술을 행한 사건이었다. 평생 아이를 안고 다녀야 할 부모로서는 ‘아이가 더디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고, 부모의 행동은 바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2007학년도 연세대 정시 논술에선 이런 문제가 나왔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과 생각을 과연 이해할 수 있는가? 그것이 왜 어려운지 설명하고, 그 어려움이 극복될 수 있는지 사회현실의 예를 들어 논하라.’
“뉴스를 보든 그림을 보든 ‘관련된 논술 주제는 뭐가 있을까’를 역(逆)으로 떠올리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하세요. 그러면 실전에서 논거로 쓰일 적절한 예들이 더 쉽게 떠오릅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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