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논제 1] 제시문 (나)의 ㉡의 관점에서 제시문 (가)에 나타난 ㉠의 인물을 평가하시오. (400±40자)
[논제 2] 제시문 (다)와 (마)의 공통점을 밝히고, 제시문 (라)의 태도를 비판하시오. (600±60자)
[논제 3] 제시문 (바)에 나타난 현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기술하시오. (600±6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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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글
이지희·경남 김해여자고등학교 2학년
[논제 1]
①제시문 (나)의 앙가주망은 새로이 정의된 사회 참여의 개념이다. ②이는 개인의 자유확장 추구와 사회변화 정도는 비례하다는 것을 전제로, 개인의 자유확장 시도, 즉 개인의 현실 참여 과정에서 사회 변혁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③제시문 (가)에서 백이와 숙제는 사회 변혁을 위한 사회 참여에 있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④그들은 고죽군이 후계자를 지명하는 상황에서 주어진 상황과 자신들의 뜻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 ⑤또 그들은 무왕이 은나라를 치고 종주국으로써 입지를 확고히 다져갈 때 이를 규탄하면서 산속으로 숨어 버렸다. 즉, 자신의 의사를 위한 사회 참여보다는 또다시 회피의 길을 택한 것이다. ⑥이처럼 백이와 숙제는 두 사건에 있어 앙가주망의 현실 참여를 통한 사회 변혁이라는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으므로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논제 2]
①제시문 (다)에서는 개인의 최소한의 행복을 위한 ‘사소한 이기주의’를 ‘권리’라고 정의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즉, ‘권리’는 오용되지 않는 한 부정적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②제시문 (마)는 주어진 삶의 한계를 인정하고 무한한 지식을 쫓아 극단적 이상을 추구하려 들지 말고 주어진 중도를 지키며 살 것을 주장하고 있다. ③이처럼 제시문 (다)와 (마)는 개인의 안일한 삶을 추구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중도를 지키는 최소한의 주어진 권리 행사라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반면, 제시문 (라)는 극단적인 희생하는 삶을 긍정하고 있다. ④이 글 속에서 연탄재는 자신의 몸을 태워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해 주고 남은 존재이다. 이러한 남을 위한 희생적인 연탄재의 삶을 화자는 숭고히 여기고 있으며, 이는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말라며 ‘너’는 남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아 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3행에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연탄재는 자신이 행복할 권리도 지키지 못하고 남을 위해 한평생을 희생하고 결국 재로 남은 존재이다. 이는 극단적인 희생정신으로 중도의 길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까지 위협하는 등 지나친 것이다. ⑤이는 (다)와 (마)의 개인의 안일한 삶을 지키는 데 실패한 사례로 부정적으로 평가되며 이를 긍정하는 제시문 (라) 또한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논제 3]
①제시문 (바)에는 위험 상황에 노출된 사람들을 무시한 체 지나간 사람들을 판단함에 있어 법은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각 나라의 설문조사가 나타나 있다. ②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은 한국인의 투표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공동체의식이 강하여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을 중요시 여기고 인명을 중히 여겼다. ③그런데 이 투표 내용에서는 전혀 이러한 것이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 ‘①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의 득표율이 무려 63%나 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통의식이 사회 및 개인의 의식구조 속에서 상실되어 간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④하지만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듯하다. 표에서와 같이 미국은 75%, 오스트리아는 62%, 독일은 상대적으로 고르지만 단연 ①의 득표율이 42%로 가장 높다. 이는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그 자리에 내버려 두어도 상관없다는 의식에서 촉발된 사고로, 자신의 일이 아닌 이상 사회에 참여하려 들지 않으려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⑤이러한 것을 보면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현대사회 사람들은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⑥또 이러한 사회 속에서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개인의 존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 ⑦이러한 사건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서 자신들의 참여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 첨삭지도
도표해석땐 ‘~듯하다’ 추측보다 명확한 표현을
[논제 1]
① 앙가주망에 사회 참여라는 의미가 새롭게 부여되었다는 것이지, 새로이 정의된 사회 참여의 개념이 앙가주망은 아니다. ② ‘자유확장 추구’라는 어휘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이지희 학생이 의도했던 뜻은 개인이 자유를 추구하기 위한 의지와 실천의 정도와 사회 변화의 정도는 비례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앙가주망의 의미가 자신의 자유를 구속하는 잘못된 사회 정치 현실을 적극적으로 개혁하고자 하는 실천적 의지라고 한다면 이 문장은 그 뜻을 내포하지 못하고 있다. ③무난한 문장이다. ④상황이 뒤에서 바로 언급되므로 앞서 설명한 상황은 ‘과정’으로 기술하는 것이 좋다. ‘백이·숙제가 그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못해서’보다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미루기 식 행태가 보였기 때문’이 어떨까? ⑤‘으로써→으로서’로 고쳐야 한다. ‘∼으로써’는 방법을 나타내는 조사이며, ‘∼으로서’는 지위나 명예를 나타내는 조사이다. ‘규탄’은 잘못 선택한 어휘이다. 개탄으로 바꾸자. ⑥사회 변혁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앞서 학생이 보여 줬던 백이·숙제의 행동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된다. 앙가주망이 반드시 사회 개혁 또는 변혁이라는 결과물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논제 2]
①무난한 표현이다. ②‘쫓아→좇아’로 고쳐 쓴다. ‘쫓아’는 ‘어떤 대상을 잡거나 만나기 위하여 뒤를 따라서 급히 가다’의 뜻이며, ‘좇아’는 ‘목표, 이상, 행복 따위를 추구하다’는 뜻. ③공통점을 밝히는 부분인데 ‘중도를 지키는 최소한의 주어진 권리 행사’라는 의미가 불분명하다. 제시문에서 나타난 내용상에서 공통점을 밝히긴 힘들며, 의미상에서 공통점을 추출해야 한다. 이지희 학생도 대략 (다)와 (마)의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공통점을 아는 것 같지만, 소극적 이기주의와 중도는 모두 개인 중심주의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지는 못했다. ④‘이 글 속에서→이 시에서’, ‘이는→이러한 화자의 태도는’으로 기술하는 것이 명료하다. 이 외의 표현들은 정리해서 잘 표현했다. ⑤한 문장 내에 같은 내용을 두 번 기술하고 있다.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로 끝내는 것이 더 낫다.
[논제 3]
①‘체→채’. ‘체’는 ‘그럴 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이며, ‘채’는 ‘어떤 상태가 계속된 그대로’를 의미한다. ②논술에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나’라는 필자의 직접적 개입이 나타난 표현은 삼간다. 또한 투표 결과를 통해 충격을 받았다는 개인의 직접적인 감정 노출이 드러난 표현 역시 논술문에서 쓰지 말자. ③어떠한 도표를 해석하여 추론할 때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듯하다’라는 추측보다, ‘투표 내용으로부터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공동체의 조화보다 개인주의 의식이 팽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도의 표현이 무난하다. ④∼⑦ 역시 앞서 지적한 추측의 표현은 제거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⑦의 내용에서 도표에 의한 결과를 사건이라 표현했는지, 아니면 어떠한 상황에서 조력자가 되기보다는 이기적 행동을 일삼는 현대인들의 태도를 사건이라 표현했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공동체라는 테두리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현대인을 각성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설득력이 없는 표현이다. 다른 표현을 강구해 보도록 하자.
논제 분석
문제의 형식은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 출제되는 대표적 유형들로 구성하였다.
[논제 1] 독해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문제다. 잘못된 사회 정치 현실에 직면했을 때 개인을 통제하는 외부 구속으로부터 탈피하여 자유를 확장하고자 하는 적극적 노력이 앙가주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무왕을 설득시켜 은나라와 주나라 사이의 전쟁을 막으려는 백이·숙제의 행동은 앙가주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주나라가 은나라를 정벌하자 산 속에서 은거하며 짧은 생애를 마감한 백이·숙제의 행동을 앙가주망이라 할 수는 없다. 비록 의(義)라는 그들의 명분을 몸소 실천했다 할지라도 잘못된 사회 현실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 현실 도피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논제 2] 논리력을 요구하는 문제다. 논제는 크게 2개다. 우선 (다)와 (마)의 제시문으로부터 공통된 내용을 추출해야 하며, 추출된 공통 논지로 제시문 (라)의 태도를 비판해야 한다.
제시문 (다)에서 언급하는 소극적 이기주의와 제시문 (마)에서 위태로움을 줄이고 장기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장하고 있는 중도(中道)는 공통적으로 개인 중심주의적 태도를 지닌다. 즉 인간은 행동과 삶의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가족을 위해 개별적 가치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타인을 위한 자아 희생의 숭고함을 드러내는 (라)의 글이 과연 타당한가를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논제 3] 열려 있는 문제이며, 분석력 창의력을 요구하는 문제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으로 거론될 수 있는 사례들과 국가별 인식 자료를 토대로 공동체주의보다는 개인주의 의식이 팽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네 가지 상황에서 개인의 행동 여부를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하는지, 법제화하여 통제해야 하는지 등을 논할 수 있겠다.
제시문 분석
[가] 사마천의 ‘사기’ 중 백이·숙제 열전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백이ㆍ숙제가 지닌 효(孝) 예(禮)라는 가치관에 어긋난 무왕의 행동 때문에 산 속으로 들어가 생을 마감한 그들의 행동을 의인(義人)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 발리스 듀스의 ‘그림으로 이해하는 현대사상’ 중 앙가주망에 대한 일부 설명을 발췌했다. 제시문의 내용은 앙가주망의 의미에 대해 상술하고 있다.
[다] 김시천의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 중 일부를 발췌했다. 자신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도구로써 타인을 윽박지르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개인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나 가족을 위해 자신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작은 이기주의를 설명하고 있다.
[마] 장자 ‘양생주’의 일부를 발췌했다. 선행이든 악행이든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융통성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중도의 개념을 드러내고 있다.
손봉우 학림논술연구소
■ 다음주 논제
※ 아래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모두 답하시오.
[논제 1] 제시문 (가)를 요약하고(100±10자), 이를 참고하여 제시문 (라)를 해설하시오. (전체 500±50자)
[논제 2] 제시문 (나)의 논지를 밝히고, 이것을 참고로 하여 제시문 (라)의 주장을 비판하시오. (500±50자)
[논제 3] 모든 제시문을 참고로 하여 상속세 폐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시오. (600±50자)
(가) 노직에 의해 주창된 자유주의는 소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회구성원이지 사회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가 구성원들의 소득을 강제적으로 재분배할 이유와 권리는 없다고 주장한다. 노직에 의하면 소득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득을 벌어들이는 과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소득을 벌어들이는 과정이 불공정할 경우(예컨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소득을 강제적으로 빼앗았을 때)에만 사회가 소득분배에 관여할 수 있을 뿐, 소득을 벌어들이는 과정이 공정하다면 그 결과가 아무리 불균등하더라도 사회는 이를 정의로운 분배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유주의의 견해에 따르면 소득형성의 기회평등이 소득형성의 결과평등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소득형성의 기회가 보장되는 한 그 결과로 형성된 소득을 사회가 인위적으로 재분배할 이유가 없다. 사회 또는 정부는 다만 소득형성의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기만 하면 된다.
(나) 도대체 ‘번다’는 말의 본뜻은 무엇인가. 경제학이 가르치는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버는 모든 소득은 노임이든 이자든 이윤이든 불로소득이든, 오로지 생산된 가치물에 나누어 받는 것이다. 가치물을 생산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타인의 소득을 자기의 소득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번다’는 말은 가치를 생산함으로써 받는 돈에 국한해야 할 것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의 ‘번다’라고 하는 단어는 다른 말로 바꾸어야 마땅하다.
시골에 사는 허 서방이 서울에 올라와서 양복점에서 일하는 둘째아들한테서 양복 한 벌을 해 입었다. “얘, 이 옷이 얼마냐?” “20만 원입니다. 10만 원은 옷감 값이고 10만 원은 품값이지요.” 허 서방은 방직 공장에 다니는 큰딸을 찾아갔다. “얘, 양복 한 벌 감이 얼마냐?” “10만 원입니다. 5만 원은 실 값이고 5만 원은 품값이지요.” 허 서방은 이번에는 방적 공장에 다니는 작은딸을 찾아갔다. “얘, 양복 한 벌 감에 드는 실 값이 얼마냐?” “5만 원입니다. 2만 원은 양모 값이고 3만 원은 품값이지요.” 허 서방은 도로 시골로 내려가서 양을 키우는 큰아들한테 물었다. “얘, 양복 한 벌 감에 드는 양모 값이 얼마냐?” “2만 원입니다. 1만 원은 양 값이고 1만 원은 품값이지요.” 양은 양이 낳고 양 값이란 양을 기르는 품값이다. 허 서방이 입은 20만 원의 양복은 결국 4남매의 품값이다. 이 이야기는 양복뿐만이 아니라 한 사회를 양육하고 지탱하는 의식주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를 이야기해 준다.
(다) 370억 달러(약 36조 원)의 막대한 재산을 기부키로 한 워런 버핏(75)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부의 대물림에 반대하며 상속세 존속을 적극 주장했다. 버핏 회장은 26일 뉴욕 맨해튼 공립도서관에서 빌 게이츠(50)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부부와 가진 기부 약정식 및 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안을 “혐오스럽다”고 비난했다. 버핏 회장은 “유산보다는 능력에 의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공화당의 상속세 영구 폐지 추진에 반대해 왔다.
버핏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상속세는 공평한 세금”이라며 “태어날 때부터 선택받은 몇몇 소수가 출발선에서 한참 앞서 달려 나가서는 안 되며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상속세 유지를 재차 강조했다. 2남 1녀 자녀들이 이번 기부에 반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돈을 갖고 있고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내 자식들은 가족의 부가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60억 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면 나 한 사람의 부를 분산시키는 것이 훨씬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7월 게이츠재단에 15억 달러를 전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자신의 지분이 현재 31%에서 5%로 떨어질 때까지 370억 달러를 나눠 기부한다. 버핏은 기부 약정서에 “기부금은 장래의 자선 사업을 위해 재단 기금 규모를 키우는 데 쓰여서는 안 되며 해마다 기부한 전액이 자선 활동에 사용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라) 상속세는 자본축적을 방해하고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주식 등의 상속을 통한 기업경영권의 이전에 대해 상속세가 부가될 경우 경영에 대한 의지를 약화시키며 장기적인 투자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 또한 기업경영권 유지를 위한 편법증여를 유도해 우리 기업의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구에서는 1970년대 이후 상속세를 폐지하고 이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가가 기업인의 자산을 세금으로 거둬들이기보다는 경제기여도가 큰 기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에게 경영권을 상속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며, 이마저 원천 봉쇄된다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만, 일본과 같은 동양 문화권에서는 소규모 자영업자부터 대기업 총수에 이르기까지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시키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져 왔다. 이는 친족과 혈연을 중시하는 전통적 가치관과 오너경영체제가 가져오는 장점이 동시에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들 전문 경영인 체제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서양에서조차도 최근 오너경영체제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유럽 기업의 60% 이상이 오너가 경영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의 오너경영비율도 70%를 상회한다.
국제 경쟁이 심화되고 새로운 기술개발이 기업의 존속을 결정하는 현실 속에서 정부는 많은 일자리와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큰 기업의 성장 발전을 위한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고율의 상속세제하에서는 편법, 탈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처럼 국민의 사랑과 존경 속에 몇 대째 가업을 계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거운 상속세 부담이 부를 창출하기 위한 창의적 경제활동을 사실상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양기 학림논술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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