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는 그 소리가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가 즐겁기는커녕 힘든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적지 않은 어린이가 일기나 독서 감상문, 편지글 쓰기를 어려워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합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생각과 느낌을 쓰는 것인데, 왜 글쓰기가 그토록 어렵고 힘든 걸까요?
“헨쇼 선생님께. 뭔가 이야기를 생각해 낼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다른 사람이 쓴 글이랑 비슷해져요. 실은 주로 선생님 글처럼 되지만요. 저도 선생님이 지난번에 충고해 주신 대로 ‘저답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다른 사람 글을 흉내 내지 않고 말이에요.”
이 글은 ‘헨쇼 선생님께’*라는 책의 주인공 리 보츠가 쓴 편지의 첫머리입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리 보츠는 여러 학교 대표들이 함께 펴낼 ‘어린이 작품집’에 실을 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멋진 글을 쓰고 싶지만 뜻대로 되질 않아 고민하고 있지요.
학교 대표라니까 리 보츠가 원래 글을 잘 쓰는 아이 같지요? 그러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편지를 받는 헨쇼 선생님은 리 보츠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작가 선생님입니다. 헨쇼 선생님에게 처음 편지를 보낼 때만 해도 리 보츠는 달랑 세 문장밖에 쓰지 못했답니다.
하지만 헨쇼 선생님과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리 보츠의 글쓰기 실력은 점차 늘게 됩니다. 헨쇼 선생님은 늘 ‘자기다운’ 글을 쓰라고 부탁하지요. 그러나 어떻게 해야 자기다운 글을 쓸 수 있는 걸까요?
헨쇼 선생님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부터 정직하게 되돌아보도록 이끌었습니다. 이를테면 첫 답장을 보낼 때부터 ‘네 소개를 해 주겠니?’, ‘너는 어떻게 생겼니?’, ‘네 친구를 소개해 주겠니?’ 하는 식으로 계속 묻지요. 리 보츠는 투덜대면서도 어쨌든 정성껏 답장을 썼고요.
시간이 흐르자 헨쇼 선생님은 이제 일기를 한번 써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 집에서 일어난 일, 학교에서 일어난 일, 자신의 걱정과 슬픔과 기쁨을 늘 되돌아보고 글로 표현하도록 말입니다.
사실 편지 쓰기와 일기 쓰기는 그 어떤 글쓰기보다 자신과 정직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이랍니다. 리 보츠는 편지와 일기를 쓰면서 저도 모르게 글쓰기에 익숙해지지요. 그것은 그만큼 자기를 정직하게 되돌아보는 일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습니다. 글다운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 자신에게 정직해져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충실해져야 하는 거지요. 헨쇼 선생님이 리 보츠에게 일깨워 준 것도 바로 그 점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딴 데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글을 쓸 때 우리는 자꾸 남부터 의식합니다. 남을 의식한 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 또는 남의 글을 흉내 낸 글을 자꾸 쓰려고 하지요. 우리가 자신부터 정직하게 되돌아보지 않는 한, 글쓰기는 여전히 힘들고 괴로운 일로 남을 것입니다. 글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니까요.
리 보츠는 마침내 마음에 드는 글감을 찾습니다. 그것은 처음에 생각한 ‘3m 거인 밀랍 인간’ 이야기도 아니거니와, ‘모나크 나비’에 관한 시도 아닌, 그냥 자신의 평소 생활과 마음을 담은 생활문이었답니다. 아빠의 트럭을 타고 양조장에 함께 찾아간 날의 기억을 되살린 글이었지요. 지금은 엄마와 헤어져 곁에 없는 아빠의 이야기였답니다.
* 비벌리 클리어리, ‘헨쇼 선생님께’(보림·2005년)
김우철 한우리 독서논술 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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