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 정부기관이 최근 4년 반 동안 구입(또는 임차)한 차량 100대 가운데 경차는 2대꼴도 안 됐다. 특히 대통령비서설과 국무조정실 등 30개 정부기관은 같은 기간 경차를 단 한 대도 조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18일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3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43개 정부기관이 조달청을 통해 구입하거나 임차한 업무용 차량 9180대 가운데 배기량 800cc 미만의 경차 비율은 1.6%(147대)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시장에서 판매된 차량 가운데 경차 비율인 4.7%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조사 대상인 43개 정부기관 가운데 대통령비서실, 국무조정실 등 30개 기관(69.7%)은 최근 4년 반 동안 총 7338대를 구입 또는 임차하면서 경차는 단 한 대도 조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관리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도 경차 조달 실적이 전혀 없었다. 또 환경정책을 책임지는 환경부가 같은 기간 조달한 차량 92대 가운데 경차는 2대(2.2%)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이 기간 각 기관이 조달한 차량의 평균배기량을 조사한 결과 배기량이 가장 높은 곳은 대통령경호실(3014cc)과 국무총리비서실(2816cc)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여성가족부(2800cc), 산림청(2619cc), 산자부(2590cc), 법제처(2566cc) 등도 배기량이 높은 차량을 선호했다.
이처럼 경차 구입 실적이 미미하지만 정부는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위해 경차 구입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경차 구입 시 특별소비세와 취득·등록세를 면제해 주고 있으며 △도시철도공채 매입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주차장 주차료 50% 할인 △지하철 환승주차료 80% 할인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정부 각 부처의 업무용 차량 조달 시 일정 비율을 반드시 경차로 구입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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