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 시범가로’ 사업도 갈등… 市 “계속 추진”
서울 강남구가 노점상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강남구 노점상 빌딩’ 계획이 시행도 해보지 못한 채 무산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또 많은 노점상이 서울시가 추진 중인 ‘노점 시범가로’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는 등 서울시의 노점상 대책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노점 시범가로’ 정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 노점상들, 노점빌딩 입주 반대
강남구는 2006년 9월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두 블록 정도 떨어진 역삼동 827-61 일대에 165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5층짜리 건물(연면적 약 3861m²)을 지었다.
2003년 테헤란로 일대를 정비하면서 철거된 80여 개 노점상을 입주시키기 위한 임대 건물이었다. 당시 강남구는 노점 임대빌딩 사업이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빌딩을 추가로 사들여 구내의 모든 노점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강남구 관계자는 20일 “지난해 9월부터 20여 차례 회의를 한 끝에 노점상들의 건물 입주를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면서 “노점상들이 ‘위치가 좋지 않다’며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청과 노점상 양측은 관리비와 임대료에서도 견해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남구는 노점상 건물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한편 노점상들을 내년 중 구내에 조성할 ‘노점 시범가로’ 쪽으로 유인할 방침이다.
○ 노점 디자인 실물전시회 무산
노점상 관련 갈등은 강남구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의 많은 노점상은 서울시가 올해 초 발표한 노점 시범가로 사업에 반발하고 있다.
노점 시범가로 사업이란 일정 구역 안에서 노점상들이 통일되고 세련된 디자인의 판매대를 이용해 장사를 하도록 하는 것. 이 구역 안에서 노점 활동은 합법으로 인정되지만 노점상은 도로 점용료를 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만 영업을 할 수 있다.
전국노점상연합회 관계자는 “서울시의 노점 시범가로에 포함되는 노점은 몇 개 안된다”면서 “서울시는 1만2000곳의 노점 중 시범가로에 포함되지 못하는 노점들의 생존권을 먼저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 17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서울시가 개최하려던 노점 표준디자인 실물 전시회는 이들 노점상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 노점 시범거리 시민들 좋은 반응
하지만 서울시는 노점상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고 ‘단속 후 재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노점 시범가로 사업이 꼭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노점상들을 설득해 탄생시킨 서울 시내 10곳(20일 현재)의 ‘노점시범거리’는 참여 노점상과 시민들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변과 관악구 신림역 주변, 강동구 로데오 거리 등에 설치된 깔끔한 디자인의 ‘노점 시범거리’는 기존의 노점상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관악구의 한 노점상은 “단속 걱정 안하고 편하게 장사할 수 있어서 좋고, 손님들은 깨끗한 시설을 이용하니까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에 반대했던 노점상 중 많은 분이 시범가로 조성에 협조하고 있다”며 “사업이 잘 추진되면 10∼20년 후엔 서울 노점상이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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