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군 안양면 비동마을은 예부터 ‘앵두마을’로 불렸다. 사자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이 산간 마을은 3월 말이면 하얗게 핀 앵두꽃으로 뒤덮였다.
돌담길을 따라 서 있는 앵두나무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의 주 소득원이었다. 주민들은 5월 말이나 6월 초 빨갛게 익은 앵두를 따서 장흥읍내 시장에 내다 팔았다.
하지만 주민들이 하나 둘씩 도시로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게 되자 앵두마을은 그 명성을 잃어 갔다.
죽은 가지를 잘라줘야 새순이 나오는데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한 탓에 1300그루나 됐던 나무가 30여 그루로 줄었다.
67가구 107명의 주민이 쇠락해 가는 마을을 살려보자고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주민들은 향우들과 함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가장 먼저 나선 일은 돌담길 복원사업. 군에서 6200만 원의 사업비를 받아 허물어진 돌담을 쌓고 끊어진 곳을 이어 2km 돌담길을 되살렸다. 돌담길 아래 포장 시멘트를 걷어낸 뒤 화단을 만들어 꽃을 심고 쓰지 않아 폐쇄됐던 돌우물도 보수했다.
돌담길이 옛 모습을 되찾자 주민들은 향우회가 보내 준 2800만 원으로 동네 어귀와 돌담길가에 앵두나무 600그루를 심었다.
마을 뒤쪽에 연꽃 연못을 만들고 대나무로 만든 터널에 조롱박과 수세미 등 넝쿨식물을 심었다. 마을 특산품인 무공해 녹차를 알리기 위해 마을회관 옆에 녹차소공원도 만들었다.
이 마을 주민 김회택(53) 씨는 “지난 1년 동안 주민들이 내 일처럼 달려들어 마을을 가꿨고 서울의 향우회원들도 서너 차례 내려와 소매를 걷어붙이고 도와준 덕에 앵두나무골이 옛 모습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비동마을은 올해 행정자치부가 주관하고 전국 153개 시군구에서 1198개 마을이 참가한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전국 콘테스트에서 전국 최우수 마을로 선정됐다.
백형만(66) 이장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게 가장 큰 소득”이라며 “때 묻지 않은 생태환경과 무공해 농산물로 전국 제일의 농촌체험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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