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의 아내 이보라 씨는 21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BK는 이 후보의 소유이며 이를 입증하는 이면계약서 4건의 원본들을 23일까지 한국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거짓말을 입증하겠다고 예고했던 김 씨의 ‘후견인’이자 누나인 에리카 김 씨는 이날 회견장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BBK가 이 후보 소유임을 증명하는 근거라고 주장해 왔던 이면계약서 원본은 아예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이 씨는 단지 4가지 이면계약서에 대해 “한글 계약서는 이 후보가 BBK를 소유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나머지 3개 영문 계약서는 ‘EBK증권중개’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LKe뱅크, 이 후보, 김경준과 e뱅크코리아 간의 계약서들”이라고 주장했을 뿐이다.
이 씨 측은 이날 4가지 이면계약서의 ‘사본’이라는 문건들의 표지와 뒷장의 서명란을 잠시 취재진에게 보여 주고는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나 에리카 김 씨는 전날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 씨의 주장과 달리 “이면계약서는 모두 3종류로 경준이가 한국에 송환될 때 한국 검찰에 제출했다”고 말해 계약서 수조차도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후보와 김 씨가 체결했다는 이면계약서의 원본이 실제 존재하는지와, 이 씨가 23일까지 한국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한 이면계약서의 조작 가능성 등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 씨는 또 “김경준과 이 후보가 만난 시점은 (이 후보의 말과 달리) 1999년 초”라면서 “이 후보의 최측근인 이진영 씨가 서울에서 미 연방검사에게 ‘이 후보가 (BBK의 지주회사 격인) e뱅크코리아의 대표이사로 기재된 명함과 사진이 실린 홍보물은 실제 존재했던 자료들’이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한나라당이 김 씨가 2000년 초 이 후보의 측근 김백준 씨와 처음 접촉해 LKe뱅크 설립을 제안하면서 작성했다는 ‘친필 메모’를 공개하며 이 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와 함께 김 씨 가족은 BBK 사건과 관련해 계속 말을 바꾸고 있어 발언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씨는 당초 귀국 후 이 후보와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말했다는 것이 아버지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정작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됐던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조차 포기했고, 아내와 에리카 김 씨는 한국의 치외법권 지역인 미국에서 증거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언론을 통해 일방적인 주장을 계속 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