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영재성 키워 주려면
○ 자격루 직접 만들다
이 물시계는 서울 시내 각 영재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참여한 ‘제3회 영재교육 창의적 산출물 발표대회’에서 초등 과학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서울시교육청 주관으로 9일까지 개최된 이 대회에는 △정보 △수학 △과학 △예술 영역에 걸쳐 65개 팀에서 초등생과 중학생 376명이 참가했다.
아이들은 물시계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자동 시보장치를 연구했다. 물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구슬들이 움직여 인형을 작동하게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것.
임 군 등은 이때 처음으로 ‘사이펀의 원리’(대기압의 힘만을 이용해 액체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와 ‘베르누이의 정리’(두 개 이상의 지점에서 움직이는 유체의 위치와 속도, 압력에 대한 관계를 설명한 정리)를 배웠다.
아이들을 지도한 이진희 서울 계상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직접 물시계를 만들면서 배우자 중고교 수준의 과학적 원리를 쉽게 이해했고, 쉽게 잊지도 않았다”며 “아이들의 창의성과 영재성을 따라가다 보면 대학교 수준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호기심-집중력이 영재의 공통점
전문가들은 뛰어난 영재성을 지닌 아이들의 공통점으로 호기심과 집중력을 꼽는다.
실제 물시계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임 군은 궁금한 게 생기면 오전 1시에도 선생님에게 전화하고 e메일도 수시로 보냈다. 또 문제에 부닥치면 늦은 밤까지 선생님 집에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끝까지 찾으려 했다.
어머니 김미경(42) 씨는 “유치원 때와 초등학교 1∼3학년 때는 서울과학관이나 대전에서 열리는 과학 축전 등 과학 관련 행사에 한 달에 한두 번씩 꼭 갔다”며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빨리 파악해 그 기회를 자주 마련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팀에서 유일한 여학생인 이고은 양은 자기 주도적 성향이 강하다. 수업 중에도 자발적으로 질문이나 발표를 하는 등 적극성을 보여 학원에도 다니지 않았다. 차분한 성격으로 논리적 분석과 요약, 발표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지도 교사의 말이다.
김민식, 김승현 군은 ‘아빠의 역할’이 엄마 못지않게 컸다. 주말에는 현장 체험 학습을 다니면서 아빠와 나누는 ‘과학 대화’가 일상적인 일이 됐다.
홍규혁(12·가동초교 6학년) 군은 ‘연필깎이로 깎은 연필의 정확한 전개도’로 초등 수학 분야에서 대상을 받았다. 출발점은 연필을 깎다 생긴 호기심이었다.
홍 군은 “전개도를 만들면서 나중에는 고교에서 배우는 코사인과 탄젠트 등 삼각함수까지 알게 됐다”며 “삼각함수를 따로 배우면 어렵지만 연필 전개도를 중심으로 배우니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중학생은 분석력을 길러줘야
박주광(15·천호중 3학년) 군은 중등 과학영역에서 ‘오미자 추출액의 항균성’ 연구로 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엄마가 오미자차를 너무 좋아해 그 효능을 알아보고 직접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며 “약 5개월 동안 미생물을 배양하고 지켜보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재성을 키우기 위해 초등학생은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중학생은 토론을 통해 연구에 대한 분석력과 결론 도출 능력 제고에 중심을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한국교육개발원 김미숙 영재교육센터 소장은 “영재 교육은 항상 사소한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한다”며 “특히 초등학생은 중학생보다 경직된 학습 형태의 공부량이 적기 때문에 쉽게 영재성이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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