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하고 투정 많은 ‘독불장군’ 승민이(6)가 학교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승민이가 특히 블록 쌓기나 찰흙놀이를 좋아한다는 점에 주목한 원 씨는 놀이를 통해 승민이의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이기로 했다.
1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승민이는 놀라보게 달라졌다. 이제 엄마가 없어도 스스로 책도 읽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일도 많이 줄었다. 유치원에서 승민이는 이제 독불장군이 아닌 의젓한 아이로 선생님께 칭찬을 받고 있다.
산만하고 주의력이 부족한 자녀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도 원 씨처럼 아이의 행동 습관과 특징을 잘 관찰하면 간단한 놀이나 주변 환경의 작은 변화로도 주의력을 크게 길러 줄 수 있다.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이기숙 교수는 “아이들의 산만한 행동 습관은 대부분 가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부모들의 노력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아이챌린지 유아교육연구소 변혜원 팀장의 도움으로 유난히 산만한 우리 아이는 과연 어떤 유형인지, 아이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놀이와 대화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한다.》
산만한 아이 집중력 키워주는 법
○ 꾸준하지 못하고 쉽게 싫증내는 유형
무엇이든 꾸준히 못하고 쉽게 싫증내며 포기하는 유형이다.
글자나 숫자를 가르치려 해도 잠깐 흥미를 보이다 금세 지루해하는 아이가 이런 유형에 속한다. 이런 아이들의 끈기를 길러줄 수 있는 놀이로는 ‘퍼즐놀이’가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그림이 있는 쉬운 퍼즐을 골라 조금씩 단계를 높여가며 함께 맞추는 과정에서 집중력과 끈기가 길러진다.
처음부터 너무 복잡한 퍼즐을 선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너무 어려우면 쉽게 좌절감을 느끼기 때문에 간단한 퍼즐을 골라 자신감을 키워준 뒤 단계별로 난도를 높여 주는 것이 좋다. 만화와 영화 캐릭터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로 흥미를 유도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 주변에 지나치게 관심 많은 주의산만형
주변의 사소한 자극에도 반응하며,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참견하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유형이다. 이런 아이는 점토놀이가 좋다. 굳기 전에 완성해야 하는 점토놀이의 특성상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작품을 완성하면 부모의 칭찬이 필요하다. 칭찬을 통해 아이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엄마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승민이도 처음에는 쉽게 완성물이 나오지 않자 짜증을 냈다. 하지만 원 씨는 아들이 도중에 그만두지 않도록 블록이나 찰흙으로 어떤 모양을 완성하면 조금 과장되게 칭찬을 했다. 점차 아이는 성취감을 느끼고 끈기를 기를 수 있게 됐다.
○ 말이 통하지 않는 제멋대로형
물을 주면 우유를 마시겠다고 하고, 우유를 주면 물을 마시겠다고 하는 ‘청개구리’ 같은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는 손 인형 놀이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표출하면 효과가 있다. 엄마와 아이가 인형의 관점에서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우회적으로 꺼낸다. 서로 직접적으로 상대방을 나무라거나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인형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피노키오가 아침에 너무 늦게 일어나 걱정이랍니다.”(엄마)
“피노키오도 가끔 늦잠을 자고 싶어요.”(아이)
이런 주고받는 식의 대화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면서 엄마의 생각을 이해하게 된다.
○ 행동이 부산한 과잉행동형
행동이 번잡스럽고 조용히 있어야 할 상황에서도 갑자기 노래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활동량이 많고 부산한 유형이다
이런 아이는 플라스틱 바가지나 도마처럼 깨질 염려가 없는 도구들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숫자나 리듬, 음악에 맞춰 두드리게 하는 ‘난타놀이’를 통해 아이의 에너지를 분출시켜 주는 것이 좋다. 다만 아이가 너무 흥분하지 않도록 카드나 블록 쌓기처럼 차분히 규칙을 지키며 하는 놀이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놀이나 주변 환경의 개선만으로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열거된 증상들이 6개월 이상 개선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가능성도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ADHD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 때문에 증상이 심하고 지속적인데도 병원에 오기를 주저하는 부모가 많다”며 “이럴 경우 가정에서 고민만 하지 말고 하루 빨리 아이를 전문가에게 보이고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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