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 6단독 이동근 판사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글씨는 비뚤비뚤했고, 여러 번 지웠다 다시 쓴 흔적도 보였다.
초등학교 4학년인 A(11) 양이 인터넷 도박 게임장을 운영한 혐의(도박개장)로 기소돼 선고를 앞두고 있던 아버지의 선처를 호소하는 편지였다.
A 양은 “지난해 아빠와 엄마가 이혼해 지금은 아빠, 오빠와 함께 살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면서 “오빠가 자기는 글씨가 엉망이어서 저보고 대신 판사님께 편지를 예쁘게 써 보라고 했다”며 편지를 쓰게 된 과정부터 설명했다.
A 양은 이어 “아빠가 저와 오빠를 쳐다보면서 혼자 울기만 하셔서 아빠가 왜 자꾸 우는지 오빠에게 물었더니 아빠가 큰 잘못을 저질러 판사님에게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면서 “우리 아빠를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된 뒤 불쌍한 사람을 도우며 살겠다”고 적었다.
A 양은 “아빠를 용서해 주시면 다시는 아빠가 잘못을 하지 않도록 제가 아빠 곁을 지키겠다”며 아빠의 선처를 간절히 원했다.
A 양의 희망이 판사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이 판사는 1주일 뒤 A 양의 아버지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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