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악성종양 판정을 받은 우보 선생은 강원 평창군 산골마을에서 요양을 하면서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서학회와 인천서예술연구회 등에서 주최하는 단체 전시회에 2, 3개 작품을 꾸준히 내고 있고, 매달 한 차례 우보서예연구실(인천 중구 송학동)에 와서 제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이 와중에 30년가량 써 온 자신의 서예 작품 170점과 직계 스승인 정재흥 선생 등에게서 물려받은 18점의 작품을 기증한 것.
그는 “후대에서 내 작품을 평가해 줄 수 있으면 고맙겠다”며 “앞으로도 글을 계속 쓰고, 어느 시점에 기증을 또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전지(40호)당 500만 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어 기증 작품의 가치가 1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천문화재단 이현식 사무처장은 “재단이 생긴 이래 작품 기증을 처음 받았다”며 “우보 선생이 아무런 대가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우보 선생은 1980년대 중반 한문과 한글을 혼용한 작품을 처음 발표해 서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반듯하게 써내려 온 궁체에다 서간체를 결합한 한글 ‘우보체’를 창안해 독특한 서풍을 이끌고 있다.
그의 직계 제자인 석정 임종각(53) 씨는 “우보 선생은 단정하고 예쁜 기존 서풍에서 벗어나 파격적이고 힘찬 글씨체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우보 선생은 지역 문화계를 위해 뜻 깊은 일도 꾸준히 해왔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사학자인 우현 고유섭(1905∼1944) 선생의 조각상과 최영섭(78) 씨가 작곡한 가곡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의 휘호를 썼다. 이들은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이기도 하다.
또 1994년부터 40차례가량 문화단체 회원이나 서예 동호인들과 중국 서예 탐방을 벌였다. 중국의 유명 비석에서 탁본을 떠 서예 연구를 위한 자료로 삼고, 붓과 먹 등 문방사우 수집에도 열성을 보였다.
그는 “중국에 있는 수많은 신문의 제호만 보더라도 각 서체가 창의적인 특색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획일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서체를 연구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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