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0’ 매장량 ‘∞’ 쓰레기 가스로 난방

  • 입력 2007년 11월 28일 03시 05분


《2009년 봄 어느 날 아침. 서울 은평뉴타운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회사원 김모 씨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그가 아파트 현관 앞에 있는 우체통 모양의 기계에 봉투를 갖다 대자 투입구가 ‘스르륵’ 열렸다. 은평뉴타운 단지 주민용으로 제작된 이 봉투에는 마그네틱 띠가 붙어 있어 쓰레기 투입구가 자동으로 이를 인식하고 작동한 것. 투입구 안에는 쓰레기 냄새와 먼지를 빨아들이는 환기장치가 있어 악취가 나지 않는다. 깔끔하게 쓰레기를 처리한 김 씨는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했다.》

■ 생태도시 은평뉴타운 쓰레기 처리 시스템

○ 쓰레기 수거차 필요 없는 시스템

서울시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친화적 생태전원도시’라는 기치를 내걸고 건설하고 있는 은평뉴타운은 내년 5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은평뉴타운은 택지조성 단계부터 ‘환경 플랜트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쓰레기 자동집하(集荷)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아파트 각 동 앞 투입구에 넣은 쓰레기는 지하의 수송관을 따라 시속 24m 속도로 중앙 집하시설에 모인다. 진공청소기처럼 기압 차를 이용해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방식이어서 쓰레기 수거차가 필요 없다.

은평뉴타운 전체를 거미줄처럼 잇는 지하 관로의 길이는 총 29.1km.

집하시설에 모인 쓰레기는 태울 수 있는 쓰레기와 태울 수 없는 쓰레기로 나뉘어 처리된다. 태울 수 없는 쓰레기는 매립장으로, 태울 수 있는 쓰레기는 소각장으로 간다.

은평뉴타운에 설치된 첨단 소각시설은 쓰레기를 일단 섭씨 500∼600도의 열로 ‘살짝’ 태운다. 이후 알루미늄 등 재생 가능 금속류를 수거한 뒤 다시 1300도 이상의 열을 가해 나머지를 태운다.

SH공사 관계자는 “기존 소각시설로 100t의 쓰레기를 태우면 15t 정도의 재가 남지만 은평뉴타운에 설치된 소각시설에서는 1∼5t만 나온다”면서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온 열은 이 단지의 난방에 쓰인다. 은평뉴타운에 들어서는 총 1만5200채의 아파트 중 500채는 이 방식으로 난방을 해결한다.

○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 전망

은평뉴타운에 도입되는 쓰레기 처리 시스템은 서울의 몇몇 고급 주상복합단지와 경기 용인시 수지2지구 아파트 단지 등에도 부분적으로 도입됐다.

환경친화적이면서 편리한 이 시스템이 확산되지 않은 이유는 비싼 설치비 때문. 신축 아파트에 이 시설을 갖추려면 가구당 건축비가 200만∼600만 원 늘어난다.

하지만 최근 신기술 개발로 설치비가 저렴해졌고 생활환경의 개선을 위해 추가 부담을 하더라도 이 시스템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은평뉴타운 외에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 용인시 흥덕지구와 파주시 운정지구 등의 아파트 단지에도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다.

최근 과천시와 용인시 등 몇몇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앞으로 건설할 대규모 단지에 이 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해 친환경 쓰레기수거시스템을 채택하는 아파트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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