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가구단지는 면적이 꽤 넓긴 하지만 공공부문이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로 개발할 정도는 아니어서 주로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개발된다. 주택 5000∼1만 채가량이 들어서는 미니신도시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강남 등 서울 도심과 가까운 수도권의 가구단지는 입지가 뛰어난 덕택에 알짜 미니신도시 터로 인기가 높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염광가구단지를 재개발한 동천지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올해 9월 동천1지구에서 3.3m²(1평)당 평균 1726만 원이라는 높은 분양가에 2393채를 분양했는데 평균 7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순위 내에서 마감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와 공사 중인 판교신도시에 접해 있고 중대형 위주의 대단지인 데다 ‘삼성 래미안’이란 고급 브랜드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수요자가 많이 몰렸다.
동천동 래미안 단지 바로 옆 동천2지구에는 금호건설이 2009년 12월 주택 2145채를 분양할 예정이다.
경기 북부에 있는 대표적인 가구단지 2곳도 미니신도시급으로 개발이 확정돼 이달 분양에 들어간다.
고양시 식사동 ‘위시티’(7211채)와 덕이동 ‘하이파크시티’(4872채)가 이달 초 분양된다. 두 곳 모두 일산신도시 주변에 있는 가구단지를 재개발한 사업지로 민간이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답게 창의성이 돋보이는 도시명과 단지 계획안을 가지고 승부에 나섰다.
위(WI)시티는 월드클래스 일산(World-class Iisan)의 영문 이니셜을 조합한 브랜드로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명품신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하이파크시티는 절반이 녹지로 구성된 터에 30층 높이 V자 모양의 타워형 아파트를 세워 자연과 첨단이 조화된 미니신도시로 꾸며진다.
이 밖에 용인시 기흥구 어정가구단지 일대 39만5898m²도 중대형 아파트 단지로 조성된다. 우림건설이 2009년 초에 3000채가량을 공급하고 2011년 12월 입주할 예정이다.
▼사업진행 순조로워 …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비싸▼
가구단지가 주택단지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인허가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짧아 민간 개발업체가 사업을 추진하기 쉽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구단지는 대개 무허가 건물이 많고 난개발이 심해 주민들의 개발 요구가 거세며 화재의 위험도 높아 지자체의 개발 의지가 강하다.
또 민간 개발의 이점을 살려 개성 있는 미니신도시로 꾸미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킨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부동산개발업체인 SDS삼호 김언식 회장은 “가구단지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끼리 단합이 잘되는 편이어서 토지를 보상할 때 지주들과 일일이 협상하기보다는 단일 창구를 통해 보상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불법 세입자들이 권리를 요구하며 사업을 방해하는 경우도 빈번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 도시개발사업이다 보니 감보율(공공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토지를 공출받는 비율)이 높아 분양가가 인근 택지개발지구보다 비싼 곳이 적지 않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유앤알 박상언 대표는 “가구단지는 땅값이 싼 낙후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아 입지와 교통여건을 직접 살피고 분양가를 주변과 비교하는 등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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