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다가오면 친구를 위해 도서관에서 자리 두세 개를 한꺼번에 맡아 놓는 학생이 많다. 기말고사 기간으로 정해지기 전에는 1인당 하나씩의 자리표를 주지 않으므로 일찍 온 한 학생이 친구의 자리를 맡아 놓을 수 있다. 친구는 평소처럼 학교에 오면 된다. 오후 늦게 오거나 아니면 안 와도 그만이다.
자리를 맡아 놓는 학생이 늘면 반대로 도서관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는 학생이 생긴다. 이들은 이른바 ‘메뚜기’를 뛰어야 한다. 주인이 있는 자리에서 주인이 부재중일 때 공부한다. 주인이 오면 다른 자리로 이동한다. 메뚜기를 뛰어 본 학생은 알 것이다. 얼마나 불안한지. 잠을 자고 싶을 때나 잠시 밖에 나갈 때 마음이 편치 않다. 친절한 주인은 부재 시간을 적어 놓는다.
친구 대신 자리를 맡아 놓는 얄미운 행동을 보고 가만히 있을 우리가 아니다. 도서관자치위원회(도자위)는 책만 있고 주인이 없는 자리를 찾아 책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자리를 맡았던 학생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책을 다시 책상에 올린다. 그러면 도자위가 책을 압수한다. 실랑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공식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도자위가 자리표를 배부한다. 오전 7시에 시작하므로 자리표를 받으려면 일찍 등교해야 한다. 이때는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다. 밤 12시 이후에 잠을 자도 오전 6시면 눈이 자동으로 떠진다.
도서관 자리는 한정돼 있으므로 모든 학생을 수용할 수 없다. 그래서 기말고사 기간에는 학교가 강의실을 개방한다. 시험이 있을 때에는 비워야 하고, 개방 시간이 도서관에 비해 짧지만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시험기간에 도서관은 24시간 개방된다. 벼락치기를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나도 밤새워 공부해 봤는데, 하나 안 하나 똑같다. 온종일 공부하므로 밤에는 집중력이 떨어져서 공부가 안 된다. 차라리 자는 게 더 낫다.
자리를 한꺼번에 맡아 놓기, 메뚜기, 책 치우기, 벼락치기….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늘 벌어지는 풍경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재미있고, 어떻게 생각하면 얄밉고, 어떻게 생각하면 한심하다. 하긴, 이런 일은 캠퍼스에서 늘 보던 모습이 아닐까. 대학생이니까 이해되는….
이병현 전남대 경제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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