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덕특구에 ‘국제화 구역’

  • 입력 2007년 12월 4일 0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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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대전 거주 불편 없게 생활기반 마련”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대전 유성구는 KAIST에서 유성구청에 이르는 어은동의 상가 구간을 ‘인터내셔널 존(국제화 구역)’으로 조성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KAIST를 포함한 대덕특구에 외국인이 크게 늘고 있으나 이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 기관은 외국인이 혼자서도 식당이나 약국, 병원, 편의점, 제과점 등 각종 상점과 편의시설을 찾을 수 있도록 메뉴와 안내서 등에 영어를 병기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장순흥 KAIST 부총장은 “생활공간의 국제화 없이 우수한 외국인 유치는 어렵다”며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모범적인 외국인 생활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진동규 유성구청장은 “외국인의 편의를 도모할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이 사업은 10월 KAIST에 첫 외국인 여성교수로 부임한 미국 메리 캐서린 톰슨(27·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

톰슨 교수는 지난달 KAIST에 제출한 ‘도전과 제안’이라는 건의서에서 자신이 인터뷰를 거쳐 교수로 채용된 뒤 한국으로 이주해 생활하면서 겪은 불편사항들을 조목조목 적시했다.

서울시도 톰슨 교수의 제안을 활용하라는 오세훈 시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30일 외국인의 생활 불편을 청취해 시정에 반영하는 ‘타운미팅’에 톰슨 교수를 초청했다.

톰슨 교수는 건의서에서 “그동안 한국생활에서 정보 부족과 소통(커뮤니케이션) 장애,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국제화는 외국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 채용 때 미국에서는 지원자가 온라인으로 채용 과정을 확인할 수 있으나 KAIST의 경우 그렇지 않아 혼란스러웠다”며 “이런 경우 지원자가 다른 직장을 찾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비자를 신청했다가 한 차례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며 “이는 주미 한국대사관에서는 비자발급번호(VIN) 없이는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사관 웹사이트나 KAIST 임용제안서에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KAIST 인터내셔널 빌리지(외국인 숙소)에는 쇼핑과 인터넷 사용, 쓰레기 처리, 전화 사용 등에 대한 영어 안내가 없었다”며 “인터넷의 경우 도움을 요청한 지 3주 만에야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톰슨 교수는 “일본 식당은 메뉴에 사진까지 실어 놓는 반면 한국 식당은 사진은 물론 영어 표기가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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