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감사' 회계법인, 투자자에 배상해야"

  • 입력 2007년 12월 4일 11시 26분


회계법인이 기업의 감사를 소홀히 해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8부(지대운 부장판사)는 K사가 허위로 재무제표를 작성한 줄 모르고 기업어음을 샀다가 30억 원의 손해를 본 고모씨가 K사의 외부감사인 A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A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 K사가 여러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 액면금 800억여원의 어음을 발행한 사실과 이에 대한 의견을 기재했어야 하는데도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제시해 감사절차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A회계법인이 감사절차를 적정히 수행했다면 신용평가회사들이 K사의 기업어음에 대한 등급을 변경하는 절차를 진행했을 것으로 보이고 금융기관인 증권사에서도 (기업어음이) 중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A회계법인의 주의의무 위반과 고씨의 어음 매입으로 인한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씨가 그동안 B등급의 기업어음에 주로 투자하는 투기적 성향의 투자를 해왔고 같은 회사가 발행한 어음을 30억여원이나 매입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키지 않고 무모하게 한 종목의 금융상품에 투자자금 대부분을 모두 투입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A회계법인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K사가 허위로 재무제표를 작성한 줄 모르고 증권사를 통해 기업어음 30억여원 어치를 매입했다가 K사가 최종 부도 처리되자 증권사 및 K사의 감사를 맡은 A회계법인, 신용평가회사 2곳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고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지만 항소심은 `부실 감사'로 고씨의 손해가 초래됐다고 판단해 A회계법인이 절반에 해당하는 14억7000여만 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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