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피해 첫 배상 판결

  • 입력 2007년 12월 5일 03시 02분


법원 “암사망 유족에 1억8000만 원 지급하라”

석면 원단 회사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에 장기간 노출됐던 근로자가 퇴직 후 암에 걸려 숨졌다면 회사는 이 근로자의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한국에서 석면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한 판례는 있었지만 석면 피해 근로자에게 회사가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지법 민사 52단독 김세종 판사는 4일 석면 원단 회사에서 근무하며 석면에 노출돼 암의 일종인 ‘악성 중피종’에 걸려 숨진 원모(사망 당시 46세·여) 씨의 유족이 석면 원단 업체인 J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J사는 원 씨 유족에게 1억8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J사는 석면 관련 전문업체로 발암물질인 석면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근로자들에게 보호복과 마스크, 장갑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석면 먼지와 가루를 외부로 내보내는 환기시설도 설치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J사는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등 종업원에 대한 안전 배려 의무를 소홀히 한 잘못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석면 피해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근로자 원 씨의 과실도 10%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원 씨는 1976년부터 석면 원단 제조업체인 J사 방적부에서 2년간 근무하다 퇴직했으나 2004년 7월경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폐 부위에 종양이 생기는 악성 중피종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원 씨는 회사 측을 상대로 2억1000여 만 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며 그는 소송이 진행되던 지난해 10월 증세가 악화돼 숨졌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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