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회장, 기내 만취난동… 항공기 1시간 발묶여

  • 입력 2007년 12월 5일 03시 02분


박연차 회장
박연차 회장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인 태광실업 박연차(62) 회장이 술에 취한 상태로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항공기 이륙이 1시간가량 지연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항공사는 ‘승객과 항공기 안전에 위협을 주는 행위’라고 판단해 박 회장을 강제로 끌어내린 뒤 경찰에 인계했으나 경찰은 별다른 조치 없이 그를 귀가시켰다.

▽기내 소동=대한항공에 따르면 박 회장은 3일 오전 8시 40분 부산발 서울행 대한항공 KE1104편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다.

그는 “곧 이륙을 하니까 뒤로 젖힌 등받이를 세워 달라”는 여승무원의 요구에 갑자기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

여승무원은 5차례에 걸쳐 계속 같은 요구를 했으나 박 회장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승무원들은 “소란을 계속 피우면 항공기에서 끌어내리겠다”는 기내 경고방송까지 했으나 그는 막무가내로 버텼다.

박 회장은 이어 승무원들이 ‘승객과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계속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건네자 그 자리에서 경고장을 찢고 폭언을 계속했다.

결국 항공사 직원들은 35분 뒤인 9시 15분경 박 회장을 기내에서 강제로 끌어내린 뒤 김해공항 의전실로 그를 데리고 가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넘겼다. 박 회장은 의전실에서 휴식을 취한 뒤 오전 11시 40분경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회장 측은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 새벽까지 술을 마셔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날 소동으로 해당 항공기는 출발 예정시간보다 1시간 늦은 오전 9시 47분에야 김해공항을 이륙했고 승객들은 “서울에서의 약속과 개인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며 항공사에 항의하는 소동을 빚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30분 넘게 항공기가 공회전을 하는 바람에 유류 비용 손실도 발생했다.



▽경찰의 박 회장 봐주기=현행 ‘항공 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은 기내 소란행위에 대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 회장과 유사한 기내 소란 행위에 대해선 입건조치를 해 왔다.

이날 항공사 직원들은 박 회장을 9시 15분경 공항 의전실로 데리고 간 뒤 경찰에게 “박 회장이 기내에서 소동을 벌였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1단계 구두경고에 이어 2단계 경고장을 박 회장에게 제시한 뒤 기장 직권으로 박 회장을 여객기에서 강제로 끌어내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해공항경찰대는 항공사로부터 어떤 신고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항경찰대는 “당시 의전실에 공항경찰대 소속 경찰은 없었고 박 회장이 의전실에 있다는 것과 기내 소동 여부도 오전 10시경에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박 회장의 소동에 대해 승무원과 항공사의 진술을 확보하려 했지만 이미 서울로 출발해 진술을 듣지 못했다”며 “항공사의 신고가 없으면 강제로 조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뒤늦게 해당 항공기의 기장과 여승무원에게 출석 요청을 했다. 경찰은 박 회장도 불러 조사한 뒤 위법 사실이 입증되면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 박연차 회장은…

나이키 신발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하는 태광실업의 소유주로 부산 경남에서 현금 동원력이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2002년 4월 노 대통령의 형 건평 씨의 거제도 부동산을 매입해 논란이 일었고 같은 해 대선 때 안희정 씨에게 불법 자금 7억 원을 준 혐의로 2004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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