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이기용(50) 교수가 쓰러진 것은 5일 오후 2시 45분경. 오전 9시부터 두 시간동안 진행된 '담보물권법' 마지막 강의를 마친 뒤 연구실에서 동료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쓰러지기 전 이 교수는 이미 직장암 3기 상태였다.
이 교수는 2개월 전 우연히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가 암 판정을 받았다. 동료 교수들은 "당장 입원해 치료를 받아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번 학기에 맡은 '민법 총칙' 등 3과목을 끝까지 마치고 입원 치료를 하겠다"며 일주일에 8시간에 달하는 수업을 소화했다.
힘든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이 교수는 수업을 빠트리지 않았다.
마지막 수업인 이 날은 10시 15분까지로 예정돼 있던 수업을 11시까지 연장했다.
이날 수업에서야 비로서 그는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암 투병 중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래 휴강을 안 하는데 이번 학기에는 항암 치료 때문에 3,4번 정도 휴강을 했다"며 학생들에게 사과도 잊지 않았다.
이날 그의 마지막 수업을 들은 법학과 이기호(23) 씨는 "학교 선배이시기도 한 교수님는 학창 시절 생각과 법을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 우리 입장에서 항상 강의하셨다"며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용돈을 쥐어주실 정도로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셨다"고 애통해했다.
3일전 이 교수의 또 다른 수업인 '민법총칙'의 마지막 강의를 들었던 문건일(19) 씨는 "평소 휴강을 절대 안 하시던 교수님이 이번 학기에 휴강을 몇 번 하셨지만 보충강의를 통해 진도를 다 마쳐주셨다"며 "교수님께서 마지막 날 암 투병 중이라며 몸이 좋아지면 꼭 돌아와서 다시 만나자고 하셨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동료인 법학과 박광민 교수는 "항암 치료로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도 마지막 강의까지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다 과로로 쓰러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 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스승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또 이 대학 법과대학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학생들과 동문들의 추모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 교수는 1981년 성균관대 법학과에 입학했으며 1993년 충북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1998년 3월부터 성균관대에서 강의를 해 왔다.
이 교수의 장례는 7일 오전 10시 이 대학 법학관 모의법정에서 '법과대학장'으로 치러진다.
정혜진기자 hyeji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