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에 취미를 붙인 뒤 복잡한 업무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훨씬 쉬워졌답니다.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글을 쓰는 요령도 귀띔해 주곤 해 동아리 활동에 보람을 느끼고 있죠.”
지난달 19일 오후 대구 중구 소회의실. 이 구청 직원들로 구성된 글짓기 모임인 ‘중구난방’ 회원들이 모여 정기모임을 열고 동아리 활동에 대해 얘기를 늘어놓았다.
이 모임 총무 임숙자(47·여) 씨는 “시나 수필을 쓰는 것은 문인들의 영역으로 알고 있었는데 중구난방에 가입한 뒤 시와 수필을 쓰는 게 생활의 일부가 됐다”며 “회원들 모두가 꾸준히 글을 쓰면서 문학작품에 대한 안목을 키워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2001년 3월경 문학에 관심이 있는 몇몇 직원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각자가 습작 형태로 보관해 온 글을 모아 정리하고 발표한 것이 결성의 동기가 됐다.
현재 회원은 25명.
‘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中區)를 따뜻한(暖) 사랑방(房)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동아리의 이름을 중구난방(中區暖房)으로 정했다.
회원들은 각자 지은 시나 수필 등 작품과 독서감상문 등을 발표하기 위해 매달 1회 모임을 갖는다.
이들은 글을 지을 때 한자 등 외래어를 최대한 배제하는 등 한글 사랑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모임은 2003년 회원들의 글을 모은 작품집 ‘시간호(試刊號)’ 100부를 펴낸 데 이어 2004년부터 올해까지 작품집인 ‘중구난방’ 4호를 발간했다.
중구난방 4호에는 회원들이 지은 시와 수필 36편과 초대작 14편 등 모두 62편이 담겨 있다.
특히 이 작품집에는 회원 가족들이 지은 작품도 6편이 실려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초등학생인 강인정(11), 민주(8) 양 등 두 딸이 지은 시와 함께 이 작품집에 수필 2편을 실은 장순란(35·여) 씨는 “요즘 두 딸과 함께 글을 짓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며 “아이들의 글짓기 실력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어 아주 기쁘다”며 웃었다.
회원들은 유명문인 초청 강연회는 물론 ‘문학기행’도 열고 있다.
올해 4월 회원 9명은 여비를 마련해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쓰시마(對馬) 섬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문학기행을 다녀 온 김정구(54) 씨는 “짧은 여정이지만 선조들의 체취가 배어 있는 섬에서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자연경관이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며 “현지 체험을 바탕으로 ‘쓰시마 아리랑’이라는 글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회원 조현주(34·여) 씨는 “문학기행의 마지막 날 밤거리를 거닐며 찾아간 약국에서 90세가 넘은 일본인 할아버지가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이 일본인 할아버지를 소재로 글을 한 번 짓고 싶다”고 말했다.
이 모임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온 회원 백복윤(52) 씨는 시인으로, 김병락(49) 씨는 수필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중구난방 이해은(55) 회장은 “갈수록 삭막해져 가고 있는 지역 사회에 따뜻한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는 사랑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임을 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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