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꿈꾸던 해병, 죽음으로 지킨 명예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1분


故박영철 상병, 흉기에 찔리면서도 끝까지 총 안뺏겨

유족들 “사흘전에도 걱정말라고 전화했었는데” 오열

“영철아 엄마가 왔어. 제발 말 좀 해 봐라.”

고 박영철(20·사진) 상병의 아버지 박종영(48) 씨와 어머니 김미경(42) 씨는 7일 오전 1시 반경 인천 강화군 강화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그러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박 상병의 몸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김 씨는 “우리 영철이 불쌍해서 어떡해…. 왜 하필 영철이야”라며 절규했다.

아버지 박 씨도 아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울부짖었다. 그는 아들의 몸을 연방 쓰다듬어 피가 손에 많이 묻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박 씨는 “3일 전에 엄마와 통화를 할 때도 생활이 편하니 걱정 말라고 부모를 안심시켰다”면서 “아들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게 믿기지 않고 아무런 말도 안 나온다”며 가슴을 쳤다.

박 씨는 “영철이는 경찰관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군대도 일부러 고된 해병대를 지원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아들의 시신이 응급실에서 영안실로 이동한 뒤 한동안 복도 의자에 넋이 나간 채 앉아 있어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박 상병의 부모에 앞서 병원을 지키고 있던 삼촌 박종석(45) 씨는 “요즘 젊은 애들 같지 않게 집안 어른들과 사이가 아주 가까운 녀석이었다”며 “보름 전쯤 휴가를 나와 소주 한잔하며 군 생활 할 만하다고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라며 눈물을 훔쳤다.

광주 남부대 경찰행정학과 1학년을 마친 뒤 올해 5월 입대한 박 상병에 대해 동료들은 “평소 차분하고 구김살이 없는 밝은 성격으로 군 생활에도 적극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박 상병은 사건 발생 3일 전부터 부대 근무 조정으로 해당 지역 근무에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병은 사고 당시에도 차에 치여 부상이 심한 상태에서 범인에게 허벅지와 옆구리 등 7군데를 찔렸지만 품에서 총을 놓지 않는 ‘해병대 투혼’을 발휘했다.

해병대사령부는 7일 고 박 일병을 상병으로 1계급 추서했다. 박 상병의 영결식은 8일 인천 서구 금곡동 해병대 2사단 연병장에서 김장수 국방부 장관 등 군 고위 관계자와 유족, 동료 장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단장(葬)으로 치러진다.

박 상병의 유해는 영결식이 끝난 뒤 장례 절차를 거쳐 다음 주초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라고 해병대는 설명했다.

강화=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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