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후보 겨냥한 새로운 정치공세 가능성
●영어가 더 익숙한데 왜 서툰 한글로 썼나?
●교도관 입회한 상황서 장황한 필담 가능한가?
●‘결백 증거’ 제출직후라 범죄도 확정 안됐는데…
“왜 하필 서툰 한글로 메모를 썼을까?”
김경준 씨 측이 한 주간지에 김 씨가 작성해 가족들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공개한 ‘검찰의 조건부 감형 회유 메모’를 둘러싸고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이다.
검찰이 7일 “수사과정에서 어떠한 형태의 회유나 협박이 없었다”고 강조하며 이 메모의 작성 경위와 위조 여부를 수사하고 있어 수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김 씨 메모’의 의문점=김 씨가 작성했다는 메모에는 ‘안으면(않으면)’ ‘개속(계속)’ ‘소성(소송)’ 등 맞춤법이 틀리고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김 씨가 자신의 불리한 처지를 가족들에게 알리려 했다면 한글보다 능숙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조사 과정에서도 그는 수사팀의 예기치 못한 질문을 받아 당황하거나 대답할 말이 없으면 갑작스레 영어를 썼다.
또한 김 씨가 지난달 23일 검찰 접견실에서 자신의 어머니 등과 만났을 때 ‘필담(筆談)’을 나눴다면 메모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교도관이 입회한 상태에서 필담을 주고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메모 작성 시점(지난달 23일)에도 검찰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즈음 김 씨 측은 검찰에 한글 및 영문 계약서 원본을 제출했기 때문에 김 씨의 범행은 확정되지 않았다.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김 씨가 형량 협상을 시도하는 일이 가능하겠느냐는 얘기다.
수사팀의 한 검사는 “(메모 작성) 당시는 서로 ‘형, 동생’이라고 불렀다”며 “그때 그런 메모를 작성했다는 주장에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김 씨가 이 메모를 23일 작성했다면 왜 10일 넘게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직전에 이를 공개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이유로 김 씨가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갖고 일반에 공개할 목적으로 메모를 작성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 공방 이어지나=수사 과정에서 김 씨를 변호해 온 오재원 변호사 외에 김정술, 홍선식 변호사가 김 씨 변호사를 자처해 6일 선임계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들이 변호를 새로 맡게 된 것은 새로운 공방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이회창 대선 후보 법률지원단장이고 홍 변호사 역시 김 변호사를 통해 김 씨 지원에 나서 이들이 변론보다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정치 공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 변호사는 김 씨에 대한 변론에 주력하고, 홍 변호사 등은 대언론 및 정치적 사안을 맡는 쪽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7일 오후 오 변호사는 자신이 관리하던 김 씨 관련 자료를 전부 홍 변호사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홍 변호사 등은 자료 검토를 거쳐 새로운 이슈로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공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미국 당국의 동의를 거쳐 김 씨를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한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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