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지난달 29일 2008학년도 수시 논술고사를 치렀다. 문제는 단 1문항. 첫 번째 제시문에 나온 시장경제 체제의 특성을 살펴보고, 나머지 4개 제시문에 각각 나타난 △사회주의 경제체제 △돌 화폐를 사용하는 야프 섬 △서양의 중세 장원 경제체제 △일본의 무소유 공동체의 예와 비교해 시장경제 체제를 보완할 만한 대안을 내라는 문제였다.
서울대의 수시논술과 정시논술 출제 경향은 서로 비슷한 듯 다르다. 제시문의 출처나 질문 방식에서는 비슷하지만, 문제 수와 형식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것. 이 유사점과 차이점을 통해 서울대 정시논술을 어떻게 준비할지 감을 잡아 보자.
○ 유사점: 교과서에서 출발하고 문제해결능력을 중시
서울대는 제시문의 일부를 교과서에서 출제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이번 수시논술에도 5개의 제시문 중 절반이 넘는 3개가 각각 경제(제시문 가), 고 1 일반 사회(제시문 나의 <2>), 세계사(제시문 나의 <3>) 교과서에서 나왔다. 이처럼 교과서 출제 비중이 높은 것은 서울대가 갖고 있는 상징성, 즉 국립대로서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대는 대부분의 제시문을 경제, 사회, 한국 근현대사 등 사회탐구 영역의 교과서에서 뽑아낸다. 논술 주제도 이들 교과영역 내에서 정한다. 따라서 이들 교과서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주제는 따로 뽑아내서 깊이 있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과서의 ‘심화 학습’을 풀어 보면 도움이 된다. 기출문제와 모의논술 문제를 풀어 보는 것을 중심으로, 이들 문제에 나온 개념과 연관된 교과서 심화학습 문제를 찾아내 풀어 보고, 역으로 심화학습 문제의 내용을 기출문제나 모의논술 문제를 푸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 수시논술 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제시문 (가)는 경제 교과서 ‘시장 가격의 기능’ 단원에 실려 있다. 이 단원 끝에는 변호사의 보수 기준을 폐지한 이후 변호사들 간에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 오히려 변호사 수임료가 낮아지고 서비스까지 개선되었다는 내용의 기사와 함께 ‘위 (기사) 내용을 토대로 시장에서 자유 경쟁이 왜 중요한지 말해 보자’라는 심화학습 문제가 실려 있다. 이 심화학습 문제를 풀었다면 역으로 수시논술 문제를 푸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기사에 나온 변호사 수임료 가격 경쟁은 제시문 (가)에서 말한 ‘시장 가격에 의한 수요 공급의 합리적 조정’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 예는 시장경제 체제를 보완할 대안을 내라는 문제에 대해 ‘시장질서 자체는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울 때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수시논술에서 또 한번 확인된 서울대 논술의 특징은 문제해결능력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지난 모의논술에서도 주어진 문제 상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묻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문제가 많았다. 수시논술 역시 이와 동일한 질문 방식으로 출제됐다. 시장경제 체제와 다른 경제체제를 서로 비교한 다음, 시장경제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을 묻는 문제가 출제된 것. 이런 문제에서는 문제이해능력보다 문제해결능력에서 변별력이 크게 나타난다.
○ 차이점: 문제 수, 시간 길어지고 과목 다양해져
수시 논술은 1문제에 2500자 안팎의 글을 3시간 동안 작성하는 것이었다. 이와 달리, 정시논술은 5시간 동안 3문항을 풀게 되어 있고, 문항당 1∼3개의 논제로 세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논제당 글쓰기 분량은 200~1000자 이며, 3문항의 전체 글자 수는 4000자 안팎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200자 안팎의 짧은 글쓰기와 1000자 안팎의 긴 글쓰기 연습을 병행해야 한다. 5시간이라는 시험시간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서울대는 내부적으로 1, 2교시로 나누어 시험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현 스카이에듀 논술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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