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정시논술, 이것만은 알아두자

  • 입력 2007년 12월 10일 02시 59분


《이제는 정시논술이다. 논술에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출문제를 통해 드러난 논술시험의 최신 경향을 학습하고 이를 실전에 적용해 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학림학원논술과 유레카논술이 공동 기획한 ‘정시논술, 이것만은 알아두자’ 시리즈를 지면과 온라인(easynonsul.com) 강의로 특집 편성한다. 각 대학 논술시험에 최근 빈번하게 출제되는 핵심 주제들을 한눈에 정리하고, 거기서 뽑아낸 인문·사회학적 개념을 통합교과적으로 적용해 보는 마지막 도상연습을 해 보자.》

■ 최신 출제 주제

① 환경에 대한 새로운 대안

‘펭귄맨’과 ‘조커’도 때려잡은 무적의 ‘배트맨’. 그도 벌벌 떠는 대상은 무엇일까. 정답은 환경오염이다.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배트맨 시리즈의 최신작인 ‘다크 나이트’ 제작진은 중국 홍콩의 한 항구에서 배트맨이 강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촬영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더러운 강물. 촬영 전 강의 수질을 검사해 본 결과 살모넬라균과 결핵균 등 온갖 병균이 득실거려 도저히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었더란다. 결국 제작진은 해당 장면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환경 문제는 올해 세계를 달군 최대 이슈 중 하나다. 그 대미는 10일 열리는 노벨 평화상 시상식의 공동수상자인 앨 고어와 IPCC가 장식할 예정이다. 앨 고어는 미국의 전 부통령으로 지난 십수 년 간 지속적으로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정부간 기후변화 위원회)는 기후 변화와 관련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유엔 산하에 설립된 국제 협의체다.

노벨 평화상 덕에 환경 문제, 특히 지구온난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촉발되기는 했지만 해결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기가 막히게 ‘새로운 대안’이 나올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환경 문제의 난점은 대안의 부재가 아니라 실천의지의 부재다. 환경 문제의 핵심 테마인 지구온난화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지구 전체 평균 기온의 지속적인 상승을 가리킨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다름 아닌 인간 자신이다.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 위원회(IPCC)는…(중략)…지난 반세기 동안 인간이 소비하는 화석연료에 의해 지구 온난화가 초래됐을 가능성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지적했다. [동국대 2008 자연계 모의논술]

원인은 명료하지만 문제는 해결책이다. 여전히 화석연료에 높은 의존율을 보이는 세계 각국이 자발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실천의지의 부재다. 새로운 대안은 이미 제기된 다양한 수단들을 각 국가가 채택하도록 유인할 수 있는 성격이어야 한다. 그 방법이 민주주의와 시장의 질서에 부합해야 함은 물론이다.

실제로 유인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는 이미 진행 중이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가 그것. 의정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해 선진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개도국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감축할 것을 규정했다. 이로부터 나온 개념이 바로 배출권거래제도, 공동이행제도, 청정개발제도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선진국들은 국가별로 설정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 다른 국가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하여야 하며, 초과 달성한 경우에는 반대로 배출권을 팔 수 있다.[한양대 2008 인문계 모의논술 2차]

실제로 탄소배출권 시장은 2002년 런던에서 첫선을 보인 뒤 미국·독일·프랑스 등에 개설되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시장규모는 2006년 기준으로 300억 달러(약 28조 원)에 이른다. 거래는 이산화탄소 1t 단위로 이뤄지며, 현재 가격은 t당 14∼20달러 수준이다. 한편 영국이 도입을 추진 중인 탄소카드제는 온실가스 배출 관련 상품을 살 때마다 포인트가 삭감돼 1년 치 포인트가 떨어지면 다른 사람에게서 포인트를 구입해야 하는 제도. 탄소배출권의 개인 판이라 할 수 있다.

공동이행제도와 청정개발제도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투자하여 저감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투자국의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공동이행제도는 선진국 간에 투자하는 경우를, 청정개발제도는 선진국이 개도국에 투자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렇듯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공조는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구를 살리자는 이 아름다운 구호의 근저에는 공생·공영을 위한 인류의 순수한 열정뿐 아니라 추악한 자본의 욕망 역시 꿈틀거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2009년까지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자동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km당 186g에서 140g으로 낮춰야 한다. 반도체 업계도 2010년까지 세척제로 사용하는 과불화탄소(PFCs) 배출량을 1997년보다 10% 이상 줄여야 한다. 선진국의 환경규제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산업이 친환경 구조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인 피해자는 구조를 개편할 만한 자본과 기술을 가지지 못한 개도국이 될 것이 자명하다. 지금껏 선진국이 배출해온 이산화탄소의 문제를 이제 와서 전 지구적으로 공동부담하자는 주장 자체가 선진국 중심의 발상일 수 있다. 수만 년 후의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규제가 지금 당장 개도국의 목을 죄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좋든 싫든 세계경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내 경제구조도 친환경적으로 재조직하며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탄소경제에서 청정원료인 수소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함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기회로 삼는 지혜도 발휘해야 할 것이다.

② 남성성과 여성성

“과학과 공학 분야 고위직에 여성 수가 적은 이유는 남녀의 선천적인 차이 때문일 수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의 이 여성 비하 발언은 하버드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학내 여교수와 여학생은 물론 많은 사회 인사들이 서머스 전 총장의 발언을 반박했고, 결국 그는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드루 길핀 파우스트 교수. 하버드대 371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는 있다. ‘정말 남녀는 태어날 때부터 똑같을까.’

결론부터 말해 남녀는 똑같은 상태로 태어나지 않는다. 서머스 전 총장의 발언은 ‘부적절’ 하기는 했지만 결코 ‘비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발언을 지지하는 과학적 근거들은 모두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선천적인 성차를 야기하는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크게 보아 뇌, 호르몬, 유전자 등이다.

마크 조지 박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腦梁)이 훨씬 치밀하게 발달돼 있다. 따라서 감정표현이나 언어구사처럼 직관을 관장하는 우뇌와 이성을 관장하는 좌뇌를 모두 동원해야 하는 작업에는 여성이 훨씬 우월하다. 반면, 수학적 계산이나 주차와 같이 한쪽 두뇌만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뒤진다는 것이다.

캐러스 박사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는 치료를 하면 환자의 적극성과 활동성이 높아져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뉴사이언티스트’지는 X 염색체 안에 뛰어난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X 염색체가 하나뿐인 남성에게서 극단적인 지능, 즉 정신지체나 천재성이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남녀의 성차는 선천적인 요인에만 있을까. 물론 아니다. 후천적으로 기능하는 사회적·문화적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남녀의 성차에는 선천적 후천적 요인이 모두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일부 여성주의 진영에서는 남녀의 성차가 선천적으로 규정된다는 주장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보인다. 성차에 선천적 영향이 있다는 주장은 성차별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일 뿐 아니라 남녀가 동등한 대우를 받는 사회를 이룩하는 데에도 장애가 된다는 생각이다.

여성은 자신의 호르몬이나 신비스러운 본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자신의 몸과 관계들이 자신보다 타인들의 행위를 통해 수정되었던 방식에 의해 결정되었다.[성균관대 2005 수시2 인문계]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런 주장이 과학적 쟁점을 정치적 쟁점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 글을 보봐르가 쓴 글. 그녀는 과학적 근거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호르몬이 성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실제로 성차에는 선천적 영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진영과, 반대로 후천적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하는 진영 모두 상대의 주장을 완전히 뒤엎을 만한 연구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원인에서 야기된 남녀 간 성차가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느냐’ 하는 점이다.

속도는 남자들의 뜨거운 막대기에 가스를 충전시키면서 성적 권력의 언어로 속삭인다…(중략)… 음속의 단위는 위협적인 남성다움(macho)에 꼭 들어맞는 마하로 지칭되고 있다.[서강대 2007 수시1 예시]

제이 그리피스가 쓴 위 글은 남성성의 본질을 속도지향, 기술지향, 권력지향으로 본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남성성의 내면이 그 외양만큼 화려한 것은 아니다. 아래의 글은 강력한 남성 이데올로기가 가진 허망한 속살을 처연하게 해부한다.

아버지 살았을 때부터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생계를 돕던 큰오빠는 어머니와 함께 안간힘을 쓰며 동생들을 거두었다…(중략)…그러나 정작 큰오빠 스스로가 자신이 그려 놓은 신화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동국대 2008 자연계 모의논술]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백성 위에 군림하는 군주가 결국 백성의 운명을 책임져야하듯, 지금껏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한 성적 지위를 누리는 대가로 여성에 대한 의무감을 지고 살아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책무’라는 이름의 짐은 남성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나 이제는 스스로를 옥죄는 굴레가 되고 말았다. 남성과 여성은 하나의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다. 양자가 이루는 바람직한 관계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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