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영원한 소외지대, 농촌
▨ 교과서 읽기
(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 노동력의 재생산은 우선 농업에 대한 도시 산업의 우월성, 농촌에 대한 도시의 지배를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의 등장과 더불어 잉여 가치의 생산에 요구되는 노동력은 농촌에서 벗어나 도시의 흡입력에 따라 집중된다. 그러나 도시에 밀집한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농촌에서 생산되는 식량이 필요하다. 도시 노동력의 저렴한 재생산과 이에 의한 저임금 수준의 유지를 위해 도시에 공급되는 농산물의 가격은 가능한 한 낮게 통제된다. 이러한 농산물 가격의 통제는 도시 노동력의 재생산을 원활히 할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빈곤과 하강 분해를 촉진시킴으로써 그들을 도시의 산업 노동자로 전화시키는 데 주요한 기여를 한다. 아무런 생산, 생활 수단 없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옮겨 온 무토지 프롤레타리아로서, 산업 노동자 혹은 산업 예비군으로서 도시 빈민들은 도시 공간의 일부를 흔히 무단으로 점유하여 집단적으로 주거지를 마련하고, 자신과 가족의 노동력을 재생산하고자 한다. 자본 축적 과정에 추동되는 이러한 과정은 외형적으로 도시 인구를 급속히 증가시키고 도시 공간을 팽창시킬 뿐 아니라 자본주의적 계급 관계를 반영하는 도시 공간의 분화와 재구성을 유발하게 된다.
[최병두, ‘자본주의 도시 공간의 정치 경제학’]
(나)
농가인구 변동 추이 (단위: 천 명, %) | ||||
연도 | 총인구(A) | 농가 인구(B) | B/A | 50세 이상 인구 비율 |
1970 | 32,241 | 14,422 | 44.7 | 15.6 |
1975 | 35,281 | 13,244 | 37.5 | 17.2 |
1980 | 38,124 | 10,807 | 28.4 | 20.4 |
1985 | 40,806 | 8,521 | 20.9 | 27.1 |
1990 | 42,869 | 6,661 | 15.5 | 34.5 |
1992 | 43,663 | 5,707 | 13.1 | 40.3 |
(다)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신경림, ‘농무’]
글 싣는 순서(언어) | |
1 | 언어와 매체 특성 |
2 | 민족의 운명과 개인의 삶 |
3 | 세계화와 우리 |
4 | 부조리한 현실과 대응 |
5 | 물질적 조건과 삶 |
6 | 삶은 허무한가? |
7 | 사랑과 삶 |
8 | 빠름과 느림 |
9 | 가족을 말한다 |
10 |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미래 |
11 | 인간이 풀어야 할 과제, 환경 |
12 | 희생, 사랑, 순종은여성의 미덕인가? |
13 | 욕망은 더러운 것인가? |
14 | 대학과 학문 |
15 | 지식인의 사명과 역할 |
16 | 노동은 천한 것인가? |
17 | 애국주의의 명암 |
18 | 가난, 숙명? 자업자득? |
19 |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 |
20 | 희미한 옛사랑의 노래, 민주주의 |
21 | 혼자만 살지 말고 같이 살자 |
22 | 자연 친화, 도피? 은인자중?삶의 본연의 모습? |
23 | 영원한 소외지대, 농촌 |
24 | 예술은 면죄부일 수 있는가? |
▨ 교과서 학습활동 활용하기
1. 글 (가)의 내용을 바탕으로 농촌 붕괴의 원인을 정리해 보자.
☞길잡이 본문에서 관련 부분을 찾아보면, ‘자본주의의 등장과 더불어 잉여 가치의 생산에 요구되는 노동력은 ∼ 그들을 도시의 산업 노동자로 전화시키는 데 주요한 기여를 한다’이다.
2. 글 (다)를 읽고 다음 물음에 답하시오.
① 시의 시작을 ‘막이 올랐다’가 아니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로 시작하는 것은 무엇을 암시할까. 1970년대의 급격한 산업화로 와해되어 가던 농촌 현실과 관련시켜 생각하여 보자.
☞길잡이 농무는 원래 한 해의 풍작을 기원하거나 축하하는 자리에서 추는 신명나는 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에 의한 급격한 붕괴로 농촌은 그야말로 ‘텅 빈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 ‘막이 올랐다’가 아닌 ‘막이 내렸다’는 이러한 절망적 현실과 관련해서 이해할 수 있다.
②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이라는 현실은 과거의 모습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보자.
☞길잡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는 농민들에게 절망만 안겨준다. 농무를 춰도 신명나는 흥겨움 대신 현실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으로 ‘꺽정이처럼 울부짖을’ 뿐이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에 나서’도 붕괴된 농촌은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인 것이다.
▨ 논술로 다가가기
[논제] 제시문 (가)의 내용을 바탕으로 (나)에 제시된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다)에 나타난 현상의 문제점에 대해 서술하시오.
[논제 해설]
우리 사회의 심층 심리에 자리 잡고 있는 농촌은 여전히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자 안식처입니다. 그러나 현실 속 농촌은 여러 원인으로 붕괴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주제처럼 ‘영원한 소외 지대’인 것이지요. 이번 논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논제는 두 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먼저 제시문 (가)의 내용을 바탕으로 (나)에 제시된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나)에 어떤 현상이 제시되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농가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노령화를 읽어낼 수 있겠지요. 바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가)의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이렇게 분석된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다)에 나타난 현상의 문제점을 밝혀내야 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