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유전자(DNA) 검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범인이 지문을 거의 남기지 않는 등 범행이 주도면밀하게 이뤄져 수사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유전자 검사로 범인 단서 확보=합수본부는 9일 범인이 범행 현장에 남긴 모자에서 확보한 DNA와 숨진 박영철 상병의 귀마개에 묻어 있던 혈흔을 분석한 결과 범인의 혈액형이 AB형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합수본부는 1989년 이후 해병 2사단 5연대에서 전역한 1만321명 중 혈액형이 AB형인 전역자를 중심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합수본부장인 배종훈 강화경찰서장은 “우선적으로 이 부대 전역자 가운데 전과가 있고 경기 김포시 평택시 화성시 등 수도권에 살고 있는 20여 명을 추려내 이들의 타액에서 채취한 DNA와 범인의 DNA가 일치하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수본부는 또 범행에 사용된 차량에 대리운전 스티커가 붙어 있었던 점을 감안해 대리운전 관련 범행을 저지른 전과자 59명을 상대로 범행 당일인 6일의 행적을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6일 오후 2, 3시경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의 한 식당에서 범인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30대 남자가 혼자 점심을 먹고 6000원을 지불했다는 식당 주인의 제보에 따라 합수본부는 식당에서 5000원짜리 지폐 1장과 1000원짜리 지폐 8장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지문 채취를 의뢰했다.
합수본부는 범행 당일 범인의 도주 경로로 추정되는 지역의 기지국 통화자료 8만여 건을 확보해 여러 곳에서 사용된 휴대전화 번호를 찾고 있다. 또 도주로 주변에 있는 병·의원과 약국 9600여 곳을 상대로도 탐문수사를 계속했다.
합수본부는 범인의 몽타주를 배포한 이후 접수된 100여 건의 제보 중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제보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수본부 관계자는 “육군 모 부대 중사 출신의 A(35) 씨와 고등학교에서 자동차를 전공한 B(31) 씨 등의 범행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도면밀한 범행=범인은 범행에 앞서 범행 장소 주변을 돌며 철저하게 사전답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수본부는 사건 발생 30여 분 전인 오후 5시 17분 범행 현장에서 100여 m 떨어진 한 모텔에 있는 외부 폐쇄회로(CC)TV에 범인의 차량으로 보이는 흰색 뉴코란도 승용차가 찍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범인이 30분 이상 주변 도로 사정과 행인의 통행 여부, 도주로 등을 치밀하게 살핀 것으로 보고 있다.
범인은 또 범행 뒤 청북요금소를 통과하면서 차량 판독기에 사진이 찍힐 것을 예상하고 저녁이었음에도 승용차 안의 햇빛가리개를 내리고, 운전석 계기판 위에 휴지곽을 올려놓아 자신의 얼굴을 최대한 가린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용의자의 승용차가 청북요금소를 통과한 뒤 국도 39호선을 이용해 화성 지역에 진입한 6일 오후 7시 53분 한 시민에 의해 경찰에 신고됐으나 경찰의 상황 대처 미숙으로 1시간 20여 분 동안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신고를 접한 화성경찰서 C 경장은 발안요금소에서 근무 중인 동료 경찰관들에게 신고 사실을 알리고 검문 강화를 지시했으나 상황실장에게는 오후 9시 16분이 돼서야 신고 내용을 보고했다.
강화=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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