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시세표 뗀 중개업소 더 믿을만해요”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창문에 시세표가 빽빽이 적혀 있던 서울 성동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위)가 창문 정비를 통해 깔끔한 모습(아래)으로 바뀌었다. 성동구는 구내 618개 부동산 중개업소가 창문 정비를 끝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 제공 성동구
창문에 시세표가 빽빽이 적혀 있던 서울 성동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위)가 창문 정비를 통해 깔끔한 모습(아래)으로 바뀌었다. 성동구는 구내 618개 부동산 중개업소가 창문 정비를 끝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 제공 성동구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서 처음 등장한 ‘시세표 없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서울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좋은 간판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올해 6월부터 실시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창문 이용 광고물 정비’를 최근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구내 641개 정비 대상 중개업소 중 618개(96.4%) 업소가 참여했다. 사업에 참여한 중개업소들은 창문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시세표를 떼어내고, 제각각이던 창문 틴팅(선팅) 역시 구가 제시한 표준안에 맞춰 자진 정비했다.

예전 시세표가 즐비하게 붙어 있던 중개업소의 창문은 전화번호나 상호가 포함된 한 줄짜리 광고 문구로 바뀌었다. 틴팅 역시 창문의 하단 2분의 1로 제한했다. 구내 대부분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시세표를 없앤 것은 강남구에 이어 두 번째다.

○ 반발하던 업주들도 속속 찬성

지난해 10월 강남구에서 처음 외부 게시물에 대한 규제 방침이 나왔을 때 많은 중개업소가 반발했다. 어떤 곳은 항의 표시로 백지 시세표를 내걸기도 했다. 많은 중개업소가 당시의 부동산 과열 현상을 정부나 서울시가 자신들에게 덮어씌우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이 조금 넘게 지난 요즘 강남구 내 2300여 개 중개업소의 대부분이 창문에 시세표가 없는 깔끔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강남구지회 관계자는 “중개업소 업주들이 처음에는 시세표 없는 부동산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며 “지금은 많은 분이 음침한 ‘복덕방’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선진적인 중개업소를 만들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동 부동산114공인중개사 사무소 최길호 대표는 “수십 년간 시세표를 보고 난 뒤 부동산 업소에 들어와 상담을 하는 게 익숙해져 있는 많은 손님이 어색해한다”며 “그러나 한결 깨끗해진 외양에 만족스러워 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 과대광고 예방 효과도

시세표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는 허위 가격 정보가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엉터리 매물표’에 수요자나 집주인들이 현혹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행당동 우리공인중개사 사무소 양민호 대표는 “이전엔 부동산마다 과대광고를 통해 손님들을 끌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시세표가 없어진 뒤에는 과열 홍보가 많이 없어져 손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강동구도 부동산 중개업소 창문 광고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강동구는 올해 초 구내 중개업소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어 자발적으로 창문 정비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강동구는 창문에서 시세표를 없애고 동서남북 중 한 면에만 가로 세로 20cm 이내의 한 줄짜리 광고를 붙이는 표준안을 제시했다.

한편 강서구의 800여 개 중개업소가 소속된 강서부동산연합회에서는 건전한 부동산 문화 정착을 위해 약 2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매물 게시 및 가격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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