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 대재앙] “가로림만 기름띠 유입땐 끝장”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한마음 한뜻10일 기름띠로 검게 변한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의 백사장에서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을 긁어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태안=김재명 기자
한마음 한뜻
10일 기름띠로 검게 변한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의 백사장에서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을 긁어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태안=김재명 기자
《“기름띠가 제발 더는 밀려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만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10일 오후 2시경 가로림만 어귀인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벌말 나루.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방제조합) 이종호 대산지부장은 오일펜스 추가 설치 작업을 나가기 위해 서둘러 배에 올랐다. 그는 “가로림만이 기름띠에 뚫리면 모든 게 끝난다”며 “바닷물이 밀려오는 오후 3시경부터가 고비”라고 강조했다. 》

○ 긴장감 도는 가로림만

그는 사고가 난 7일 밤부터 가로림만에 오일펜스와 유흡착붐(기다란 소시지 모양의 기름 흡수 장비)을 설치하는 작업에 사력을 다해 매달리고 있다. 그는 “바다로 순찰을 나가 오일펜스와 유흡착붐에 묻어 있는 기름띠를 볼 때마다 마음이 철렁했다”며 “제발 더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양경찰청과 방제조합은 가로림만 ‘사수 작전’에 총력을 쏟아 부었다.

가로림만은 태안군과 서산시 사이에 위치한 바다로 바지락, 김, 미역, 굴, 전복 등의 양식장이 밀집해 있는 충남 최대의 양식 터전이다.

해경에 따르면 서산시 쪽에는 굴 257ha, 미역 76ha, 바지락 476ha 등 약 1071ha에서 양식어업이 이뤄지고 있다. 태안군 쪽에는 해조류 35ha, 바지락 62ha, 다시마 20ha 등 약 328ha의 양식장이 있다.

따라서 가로림만으로 기름띠가 대거 유입될 경우 어민 피해도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미 심각하게 오염된 만리포, 천리포 등의 해안과 달리 본격적으로 기름띠가 밀려오지 않았지만 방제 대비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나루터에는 하루 종일 긴장감이 돌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유흡착붐, 유흡착포, 오일펜스 등 각종 기름 제거용 장비를 실은 트럭과 지게차가 속속 도착했다.

해경, 방제조합, 지역주민 등 200여 명은 유흡착붐을 연결하고, 방제 물품을 배에 싣느라 쉴 틈 없이 바삐 움직였다.


촬영 : 김재명 기자

○ 일부 기름띠 이미 밀려와

해경과 방제조합은 8, 9일 각각 2.8km, 0.9km 길이의 오일펜스를 가로림만 앞바다에 쳤다. 방제조합은 이날도 1.3km 길이의 오일펜스를 바다에 추가로 설치했다.

8일과 9일에 설치한 오일펜스와 유흡착붐에는 이미 가로림만으로 떠내려 온 검은 기름이 중간 중간에 묻어 있었다. 오일펜스 근처에는 10여 대의 방제선이 활동 중이었다.

바닷물에도 작은 크기의 기름띠가 줄지어 떠내려 오고 있었다.

해경과 방제조합은 가로림만에 유입되는 기름띠를 2단계로 나눠서 막고 있다.

큰 덩어리의 기름띠는 오일펜스로 막고, 작은 덩어리의 기름띠와 유막은 유흡착붐과 유흡착포를 실은 배들이 움직이면서 걷어냈다.

방제조합에 따르면 9일 오후 3시경 기름띠를 봤다는 어민 신고가 들어온 뒤부터 기름띠 제거 작업이 시작돼 이날 오후 4시까지 총 8t 규모의 유흡착붐과 유흡착포가 회수됐다.

방제조합은 이날 총 2000m 길이의 유흡착붐과 방제선 24척, 어선 44척을 동원해 가로림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방제조합 관계자는 “가로림만은 양식장 밀집 해역이라 부작용이 우려되는 유화제를 뿌리지 못한다”며 방제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촬영 : 김재명 기자

○ 어민들 불안감 극도에 달해

이날 대산읍 오지리 지역에선 어민들을 중심으로 100여 명이 가로림만 해안에서 필사적으로 방제작업을 펼쳤다.

오전 일찍부터 어민들은 기름이 묻은 조개껍데기, 돌, 모래 등을 주워 담는 작업을 시작했다.

굳은 표정의 한 어민은 “아직까지 바닷물은 평상시와 별 차이가 없는데 밀려온 조개껍데기와 돌에는 기름이 묻어 있는 게 꽤 많다”며 “이쪽도 태안군처럼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촬영 :김재명 기자

대산읍 웅도 윤병일 어촌계장은 “주민 대부분이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어 이번 사태를 재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모두들 너무나 불안해하고 있어 보상금 등은 아예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이장훈 상황실장은 “11일은 조류가 사고 후 가장 강한 날이라 해안을 따라 기름띠가 움직이는 진폭이 커지고 태안반도 밖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방제 기자재를 더 확보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의 방제조합과 서북태평양 오염방제기구(NOWPOP)에도 방제 기자재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서산=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촬영 : 김미옥 기자


촬영 : 김미옥 기자


촬영 : 김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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