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원유 유출 사고로 기름을 제거하기 위한 방제 작업이 1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흘러나온 기름이 파도를 타고 확산되는 속도에 비해 방제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과 로버트 코언 박사팀이 물과 기름을 효과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향후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언 박사팀은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연꽃을 비롯한 식물의 잎이나 소금쟁이의 다리 표면은 소수성(疏水性)이다. 물을 싫어한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이들 표면과 물이 만났을 때 이루는 각도가 공통적으로 150도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 물과 기름 분리하는 특수 막 개발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 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MIT 기계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최원재 씨도 연구에 참여했다.
○ 기계적, 화학적 방법으로 제거
현재 태안군 앞바다에서는 기계적 방법과 화학적 방법을 동원해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기계적 방법은 배에 유회수기를 싣고 직접 바다로 나가는 것. 기름이 떠 있는 바닷물을 유회수기로 빨아들여 저장탱크에 담은 다음 기름에 섞여 있는 물을 분리해 낸다. 물은 버리고 기름은 폐유처리업체로 보내 재활용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물과 기름을 빠르게 분리하기 어렵다.
해안에서는 수면이 낮아 배를 띄울 수 없어 유회수기를 사용하기 어렵다. 기름을 흡수하는 성분으로 만든 흡착포나 흡착제를 깔아 놓고 기름을 걷어 내는 수밖에 없다. 여성들이 화장할 때 쓰는 기름종이와 같은 원리다. 당연히 대규모 오염사고에서는 수량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단점이 있다.
기름이 떠 있는 바다에 물을 뿌리기도 한다. 기름을 흩어 놓아 자연적으로 정화되게 하는 것이다. 이때 물에 유처리제나 유겔화제를 넣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화학적 방제법이다.
유처리제는 기름의 확산 속도를 높이지만 기름을 아예 없애지는 못한다. 유겔화제는 반대로 기름 성분이 서로 달라붙게 해 기계적 방법을 보완해 준다.
하지만 이들은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2차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 기름 먹는 미생물 연구 중
기름 성분을 먹고 사는 미생물을 이용하는 생물학적 방법도 있다. 이 미생물을 다량 배양해 바다에 뿌리면 기름을 먹으면서 계속 증식한다. 미생물의 수가 늘어날수록 ‘자동으로’ 더 많은 기름을 제거할 수 있는 것.
그러나 이 방법은 아직 국내에서 쓰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오염방제연구사업단 이문진 책임연구원은 “미생물이 실험실에서는 잘 자라는데 실제로 바다에 뿌려 놓으면 금방 죽는다”며 “현재 미생물이 바다에서도 오래 살아남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sohyung@donga.com
촬영 : 김재명 기자
촬영 :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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