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차량 불태운후 후배불러 무기상자 옮겨
검거당시 갖고있던 1000여만원은 귀금속 판돈”
인천 강화도 총기 탈취 사건을 수사 중인 군경 합동수사본부는 13일 용의자 조모(35·사진) 씨가 강도 행각을 벌일 목적으로 총기를 탈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합수본부는 조 씨가 3개월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 온 사실을 밝혀냈다. 합수본부에 따르면 조 씨는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 (사건 당일에도) 진눈깨비가 내려 강화도 일대를 배회하던 중 군인들을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총기를 빼앗아 강도 행각을 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조 씨는 이날 오후 7시경 경기 화성시 해병대 사령부로 인계돼 군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군 검찰은 14일 조 씨에 대해 초병 살해 및 상해와 군용물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치밀한 행적 드러나=합수본부에 따르면 조 씨는 6일 본인 소유의 코란도 차량을 화성시 장안면 수촌리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 미리 세워 두고 훔친 차량을 타고 강화도로 이동해 범행을 저질렀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조 씨가 10월 자신의 코란도 차량과 같은 기종의 차량을 훔쳐 서울 서초구 양재동 주택가에 세워 뒀고 미리 번호판도 위조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조 씨는 범행 직후 청북요금소를 통과해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와 차량의 보조범퍼와 훔친 무기를 내려놓은 뒤 인근 화성시 장안면 장안리 논에서 범행에 사용한 차량을 불태웠다.
이후 걸어서 작업실로 돌아온 조 씨는 후배 권모 씨를 불러 무기를 담은 상자를 옮긴 뒤 오후 10시 20분경 자신의 차량을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경찰은 “권 씨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상자 안의 내용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조 씨의 단독 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씨는 10일 오후 5시경 전남 장성군 백양사 휴게소 부근에 무기를 버린 뒤 이날 오후 10시경 부산의 한 PC방에서 편지를 작성해 우체통에 넣고 서울로 되돌아 왔다.
경찰은 조 씨가 검거 당시 가지고 있던 현금 100만 원 묶음 2개와 수표 등 1105만5000원은 보석 디자인을 하던 조 씨가 가지고 있던 귀금속을 처분한 돈이라고 밝혔다.
합수본부 측은 “조 씨가 변호인 없이는 입을 열 수 없다고 버텨 수사가 늦어졌다”며 “앞으로 군 수사기관에서 현장 검증 등을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경찰은 용의자 검거를 자축하는 표창 잔치를 벌여 “잿밥에 더 관심을 보인다”는 비판이 거세다.
경찰청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표창식을 열어 용산서 소속 경관 2명을 표창하고 광주특공대 경관 등 3명을 1계급 특진시켰다.
하지만 조 씨를 검거하게 된 것은 경찰의 노력보다는 조 씨가 경찰에 보낸 편지 덕분이었다. 경찰은 조 씨의 자백 편지를 받기 전까지는 조 씨가 전국을 활보했는데도 아무런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 조 씨는 편지에 무기를 버린 장소를 정확히 지정했고 지문까지 남겼다. 사실상 조 씨가 자수한 셈이다.
인천=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