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에서 3년째 유학 중인 베트남 출신 팜티란(24·여·인터넷공학과 4학년) 씨는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가 크게 늘고 있는데도 유독 베트남 여성을 낮춰 보는 분위기가 심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팜 씨는 “거리 등에서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고 크게 쓴 현수막을 볼 때마다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필리핀 출신 마갈라니어스 셸로데(31·여·아동학과 3학년)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세계 각국에 있는 아동복지시설인 ‘SOS어린이마을’ 출신.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신부의 도움으로 대구가톨릭대에 유학을 오게 됐다.
12일 캠퍼스에는 가톨릭과의 인연으로 유학 온 5명이 모였다.
남미 에콰도르 출신인 플루아 마리아 알렉산드라(28·여·사회복지학과 3학년) 씨도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신부와 SOS어린이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한 인연으로 유학을 왔다.
그는 대구가톨릭대 유학생 200여 명 중 유일한 에콰도르인. 에콰도르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 ‘동식물의 보고’ 갈라파고스 섬으로 유명하다.
그는 그동안 고향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에콰도로까지 가는 경비가 만만찮기 때문. 부모님은 “건강하게 공부 열심히 하면 그것으로 좋다”고 한단다.
그의 꿈은 한국의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거나 스페인어 교사가 되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에콰도르보다 더 매력 있다”며 “결혼도 한국인 남자와 하고 싶다”며 웃었다.
방글라데시에서 두 달 전에 온 맨킨 브나드(21) 씨와 멀무 히유발트(19) 씨는 한국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두 사람은 방글라데시에 있는 교황청 대사의 추천으로 유학을 왔다. 공부를 마치고 방글라데시에서 ‘큰일’을 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경영학을 공부할 계획인 브나드 씨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배워 방글라데시를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히유발트 씨의 목표는 의사. 그는 “1년 뒤 꼭 의학과에 진학하려고 한다”며 “의학을 잘 배워 방글라데시 국민이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자랑도 했다. 방글라데시는 수년 전 영국의 대학에서 각국을 대상으로 ‘국민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1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이들은 “이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순박하기 때문”이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한편 팜 씨는 “한국으로 이주한 베트남 여성들이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한국 사회가 잘 보듬어 주면 좋겠다”며 한마디를 더 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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