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도… 스님도… 수험생도… 외국인도…

  • 입력 2007년 12월 15일 03시 11분


‘태안의 눈물 닦기’ 한마음

“이렇게 흡착포를 기름이 보이는 곳에 잘 깔고 밟아 주면 조금씩 기름이 줄거든요. 자꾸 이렇게 하다 보면 바다가 옛날처럼 깨끗해질까요.”

14일 오후 2시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수욕장. 강한 바닷바람과 기름 냄새 때문에 방제작업에 나선 건장한 어른들도 지쳐 보였지만 초등학교 2학년 어보영(9) 양은 기운이 넘쳤다.

“엄마가 산이랑 바다랑 잘 지켜야 한다고 자주 이야기해 줬는데 뉴스에 비친 바다가 너무 검게 변해서 마음이 아팠어요. 다른 친구들도 많이 와서 바다가 다시 깨끗해지도록 도왔으면 좋겠어요.”

어 양의 옆에서는 비구니 스님들이 볼에 홍조를 띤 채 삽으로 기름 섞인 모래를 떠내고 폐현수막을 이용해 백사장의 기름을 닦아냈다.

충남 예산의 수덕사에서 왔다는 한 스님은 “스님 150분이 모두 수행을 중단하고 함께 버스 3대를 빌려 달려왔다”며 “더럽혀진 환경을 돌보는 것이 진짜 수행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만리포 해수욕장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등학생도 눈에 띄었다.

엄유지(18) 양은 “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대학 입학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친구 3명과 함께 전북 순창에서 왔다”며 “내가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벽안의 외국인들도 봉사를 자원했다. 순천향대 외국인 교수 30여 명은 15일과 16일 소원면 파도리 바닷가에서 기름 제거 작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번 자원봉사는 지난해 파도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온 것이 인연이 됐다.


▲ 영상 취재 : 김미옥 기자

자원봉사를 앞둔 릭 웨이크맨(59) 교수는 “불과 몇 달 전 파도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바다에서 수영하고 조개도 잡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재앙이 닥쳐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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