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문화&사람]<6>만두박물관 운영 박성수 씨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코멘트
‘불량만두’ 억울… ‘웰빙만두’ 알리고 싶었죠

《“아르헨티나의 전통 음식 ‘엠파나다’입니다. 남미 지역의 ‘만두’인 셈이죠.” 15일 경기 파주시 맥금동 만두박물관을 찾은 단체 관람객들이 어린이 손바닥 크기의 엠파나다 모형 앞에서 박물관 직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 건물 3층 450m²의 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만두는 총 30여 종. 한국의 왕만두, 찐만두 등은 물론이고 베트남 만두 ‘반세오’, 중국의 다양한 ‘사오마이’, 군만두와 비슷한 일본 만두 등 다양한 만두 모형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월 공장 터 안에 만두박물관 문을 연 만두제조업체 ‘취영루’의 박성수(42) 대표는 “너무 친근해서 대단하지 않게 느껴지는 만두가 실은 얼마나 세계적이고 중요한 음식인지 알리기 위해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 세계 각국의 만두가 한자리에

“엄마, 저 만두는 속이 다 보여요.”

부모와 함께 이곳을 찾은 한 초등학생은 조선시대 왕실 음식인 ‘미만두’를 보며 신기한 듯 소리를 질렀다. 이 만두는 밀가루 피가 너무 얇아 오이, 버섯, 잣 등으로 만든 만두소의 색과 모양이 밖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 밖에 만두소로 꿩고기를 쓰는 함경도식 만두, 만두피 없이 찹쌀가루에 소를 굴려 만드는 평안도식 만두 등 쉽게 접하기 힘든 한국의 특색 있는 만두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새우나 돼지고기 등이 들어간 중국의 다양한 딤섬과 사오마이, 먹을 때 뜨거운 국물이 흘러나오는 샤오룽바오 등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돼 있는 만두들은 모형이어서 맛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 이 때문에 이 박물관은 가끔 세계 각국의 만두를 맛볼 수 있는 체험행사를 열기도 한다.

○ ‘만두 파동’ 이겨 내고 박물관 지어

박 대표는 2004년 6월 이른바 ‘쓰레기 만두 파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종적으로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파동 초기 불량 재료를 쓴 업체 명단에 포함되는 바람에 매출이 급감했다. 이 때문에 그해에만 100억 원의 손해를 봤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박 대표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주요 일간지 1면에 “불량 재료를 썼다면 1만 배를 보상하겠다”는 광고를 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진실 규명을 요구해 결국 불량 재료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았다.

박 대표는 “‘만두 파동’은 만두업계의 존폐 위기였지만 이를 오히려 기회로 생각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며 열심히 일했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만두에 더 관심을 갖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박물관을 세울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한국 각 지역의 만두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만두야말로 고기, 해산물, 채소, 곡물 등의 식재료를 한번에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참살이(웰빙)’ 식품”이라고 소개했다.

○ 박물관과 기업의 시너지 효과 기대

지난해 이 박물관에는 1만여 명이 다녀갔고 올해는 관람객이 3만여 명으로 늘었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취영루는 만두 파동 이듬해인 2005년 2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지난해 336억 원으로 매출이 늘었고 올해 490억여 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같은 취영루 공장 안 만두박물관 바로 옆에는 ‘센띠르 갤러리’가 있다. 미술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다. 박 대표는 내년에 같은 자리에 조각공원, 카페 등의 문을 열어 생산시설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이 밖에 박물관에서 10분 거리에 음식조리, 관광서비스학과 등을 갖춘 ‘한서울관광대학’의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식품도 결국 문화의 일부”라며 “취영루 공장 터를 식문화와 함께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