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전통 음식 ‘엠파나다’입니다. 남미 지역의 ‘만두’인 셈이죠.” 15일 경기 파주시 맥금동 만두박물관을 찾은 단체 관람객들이 어린이 손바닥 크기의 엠파나다 모형 앞에서 박물관 직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 건물 3층 450m²의 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만두는 총 30여 종. 한국의 왕만두, 찐만두 등은 물론이고 베트남 만두 ‘반세오’, 중국의 다양한 ‘사오마이’, 군만두와 비슷한 일본 만두 등 다양한 만두 모형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월 공장 터 안에 만두박물관 문을 연 만두제조업체 ‘취영루’의 박성수(42) 대표는 “너무 친근해서 대단하지 않게 느껴지는 만두가 실은 얼마나 세계적이고 중요한 음식인지 알리기 위해 박물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 세계 각국의 만두가 한자리에
“엄마, 저 만두는 속이 다 보여요.”
부모와 함께 이곳을 찾은 한 초등학생은 조선시대 왕실 음식인 ‘미만두’를 보며 신기한 듯 소리를 질렀다. 이 만두는 밀가루 피가 너무 얇아 오이, 버섯, 잣 등으로 만든 만두소의 색과 모양이 밖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 밖에 만두소로 꿩고기를 쓰는 함경도식 만두, 만두피 없이 찹쌀가루에 소를 굴려 만드는 평안도식 만두 등 쉽게 접하기 힘든 한국의 특색 있는 만두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새우나 돼지고기 등이 들어간 중국의 다양한 딤섬과 사오마이, 먹을 때 뜨거운 국물이 흘러나오는 샤오룽바오 등이 전시돼 있었다.
전시돼 있는 만두들은 모형이어서 맛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 이 때문에 이 박물관은 가끔 세계 각국의 만두를 맛볼 수 있는 체험행사를 열기도 한다.
○ ‘만두 파동’ 이겨 내고 박물관 지어
박 대표는 2004년 6월 이른바 ‘쓰레기 만두 파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종적으로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파동 초기 불량 재료를 쓴 업체 명단에 포함되는 바람에 매출이 급감했다. 이 때문에 그해에만 100억 원의 손해를 봤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박 대표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주요 일간지 1면에 “불량 재료를 썼다면 1만 배를 보상하겠다”는 광고를 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진실 규명을 요구해 결국 불량 재료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았다.
박 대표는 “‘만두 파동’은 만두업계의 존폐 위기였지만 이를 오히려 기회로 생각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며 열심히 일했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만두에 더 관심을 갖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박물관을 세울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한국 각 지역의 만두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만두야말로 고기, 해산물, 채소, 곡물 등의 식재료를 한번에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참살이(웰빙)’ 식품”이라고 소개했다.
○ 박물관과 기업의 시너지 효과 기대
지난해 이 박물관에는 1만여 명이 다녀갔고 올해는 관람객이 3만여 명으로 늘었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취영루는 만두 파동 이듬해인 2005년 2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지난해 336억 원으로 매출이 늘었고 올해 490억여 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같은 취영루 공장 안 만두박물관 바로 옆에는 ‘센띠르 갤러리’가 있다. 미술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다. 박 대표는 내년에 같은 자리에 조각공원, 카페 등의 문을 열어 생산시설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이 밖에 박물관에서 10분 거리에 음식조리, 관광서비스학과 등을 갖춘 ‘한서울관광대학’의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식품도 결국 문화의 일부”라며 “취영루 공장 터를 식문화와 함께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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