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는 이와 비슷한 광경이 숱하게 벌어졌다. 진시황제는 대륙을 통일한 후, 전국에서 거둬들인 온갖 무기를 녹여 커다란 동상들을 만들었다. 고려를 무너뜨린 조선의 임금들도 귀족들의 사병(私兵)부터 빼앗지 않았던가.
세상을 손에 쥔 권력자는 제일 먼저 무기부터 거둬들인다. 폭력을 쓸 권리는 오직 국가에만 있다. 아무리 분하고 억울해도 사람이 제멋대로 주먹을 휘두르게 해서는 안 된다.
토머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그 이유를 멋지게 풀어준다. 질서가 잡히지 않은 세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 있다. 누구라도 언제든지 공격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래가지고는 불안해서 살기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겠다고 맹세한다. 그러곤 가장 강한 사람에게 모든 힘을 넘겨버린다.
누군가가 억울하게 나를 때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누구보다도 힘 센 ‘그’가 대신 나서서 보복해 줄 터다. 그러니 누군가를 괴롭힐 생각은 아예 안하는 게 좋다. 모두가 따르는 ‘그’에게 감히 맞설 사람은 없다. 여기서 ‘그’란 바로 국가다.
이처럼, 공권력(公權力)이란 모두가 따르겠다며 힘을 실어준 폭력이다. 홉스는 설사 불만이 있더라도 국가에 맞서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국가가 조롱받고 만만해진다면 무너지는 질서는 누가 지킨단 말인가? 어설픈 정부라도 무질서 속에서 악다구니를 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보다는 낫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근무 중인 경찰이나 군인을 공격하는 것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이는 국가의 권위에 도전하는 무시무시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시민을 진정시키고 지켜 주지 못한다면, 폭력과 무질서는 순식간에 거리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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