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가 조화 이룰 수 있는 길은?
▨ 주제 탐구 의의
과연 동양이란 무엇이고 서양이란 무엇일까? 동·서양을 구분하는 기준은 상당히 모호하다. 일반적으로 지리적 범주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상대적인 개념이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보더라도 동양과 서양은 장기간에 걸친 교류를 통해 상호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므로 이런 구분은 무의미한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엄연히 존재하는 동·서양의 차이를 부정할 수도 없다. 구분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해서 보편적인 동양의 가치와 서양의 가치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양자의 합리적인 보완이나 공존도 어려워질 것이다. 이 주제에서는 이분법적으로 동서양을 나누고 우열을 논하기보다는 양자의 특수성, 즉 장점과 한계를 각각 이해함으로써 인류의 미래를 위한 창조적 대안을 찾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쟁점탐구 1]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는 어떻게 다른가?
동양적 사고 | 서양적 사고 |
관계 중시 전체론적 사고 경험과 체험 중시 | 사물 중시 부분/분석적 사고 논리/규칙성 중시 |
한 심리학자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고 한다. 닭, 소, 풀 등 3개의 그림을 미국과 중국의 어린이에게 각각 보여 주었다. 이들 셋 중에서 둘을 묶는다면 어떻게 묶을 것인지를 물었다. 미국 어린이는 닭과 소를 하나로 묶었고, 중국 어린이는 소와 풀을 하나로 묶었다. 사물을 중시한 미국 어린이는 동물과 식물을 하나의 범주로 보았고, 관계를 중시한 중국 어린이는 소와 풀의 관계를 생각한 데서 비롯된 답이었다.
글 싣는 순서(사회) | |
번호 | 주제 |
1 | 개항(1876) 어떻게 볼 것인가? |
2 | 지역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
3 | 우리 곁의 민주주의 |
4 | 기업의 사회적 책임 어디까지? |
5 | 사회 속의 개인 |
6 | 의무냐, 목적이냐? |
7 | 법은 도덕의 최소한인가? |
8 | 붕당의 현대적 의미 |
9 | 지도,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 |
10 | 정치 속의 여성 |
11 |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인가? |
12 | 개고기가 나쁜 음식인가? |
번호 | 주제 |
13 | 개인 윤리와 사회 윤리 |
14 | 역사란 무엇인가? |
15 | 지형의 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 |
16 |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눈 |
17 | 자본주의의 변신-시장이냐 정부냐? |
18 | TV 속에 비친 우리 사회 |
19 | 국가란 무엇인가? |
20 | 척화론과 주화론 |
21 | 가라앉는 섬, 누구의 책임인가? |
22 | 정치문화와 한국 |
23 |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 |
24 |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 |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에서는 인격을 말할 때도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표준화된 자격’을 의미한다. 반면 서양에서는 ‘이성적 본성을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실체’라는 정의가 중세부터 통용되어 왔다.
여기서 이성적 본성이란 자아의식과 자기 행위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한다. 개별적 실체성은 자유, 자립성, 완전성, 불(不) 양도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동양적 사고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중시한다면, 서양적 사고는 주체적인 개인이 사회를 구성한다는 점을 중시한다. 이러한 차이는 동양인들에게는 ‘개별적인 가치가 함몰된다’는 문제를, 서양인들에게는 ‘지나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전락한다’는 문제점을 낳게 되었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에서 동·서양의 자연(세계)관을 비교해 보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동양의 자연(세계)관은 전체를 유기적 관계로 보고 균형과 조화를 중시한다. 유학의 ‘천인 합일설’이나 불교의 ‘연기설’, 도가의 ‘무위자연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동양인들은 만물의 관계를 상호의존적으로 파악하며, 개별적 사물들이 서로 경쟁하여 발전한다는 투쟁적인 역사관을 부정한다.
이에 비해 서양에서는 이원론적 사고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17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들어와 도구적 이성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은 이성을 통해 자연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인간은 이제까지 자신이 안식처로 여기던 자연의 품에서 나와서 자연의 지배자 혹은 정복자로 군림하게 된다. 인간에게는 이성이 있으므로, 이를 통해 수동적으로 방치되어 있는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근대 이후 서양에서 일어난 과학 기술의 발전과 과학적 합리주의의 발전이 인류사의 진보에 큰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병폐의 원인이 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쟁점탐구 2]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는 조화될 수 없는가?
근대 사회에서 서양인들은 그들이 이루어낸 성과에 매료되어 있었다. 동양의 역사는 진보적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했으며 동양이 서구사회의 합리주의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문명의 세계로 나오는 유일한 길이라고까지 생각했던 것이다.
‘이분법, 기계론, 그리고 환원주의’로 요약되는 서양의 근대적 사유 구조는 자연을 ‘생명이 결여된 입자들의 기계적 운동’이라고 파악함으로써 자연의 본래적 가치를 배제해 버렸다. 또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에서 배태된 ‘인간 중심주의’는 자연을 인간의 착취 대상으로 여기도록 하였다. 이러한 사유구조 속에서 자연에 대한 남획과 무분별한 개발이 급속히 진행되었고, 그 결과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나 근대 후기에 접어들면서 서양의 근대적 자연관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서구 학자들을 통해 나오고 있다. 동양 사상에 눈을 돌려 서구적 근대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좀 더 친환경적인,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유체계를 모색하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서양에서는 동양의 다양한 가치를 서구문명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편 동양에서는 근대화, 서구화, 사회 발전이라는 개념이 등치되면서 뒤늦은 근대화에 따른 병폐가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맹목적인 서구화의 추구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중시하는 장점 덕목이 훼손되고, 물신풍조가 만연하면서 도덕성이 붕괴되는 폐해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생각 확장하기
(가) 진정한 적수가 없으면 진정한 동지도 있을 수 없다. 우리 아닌 것을 미워하지 않는다면 우리 것을 사랑할 수 없다. 이것은 백 년이 넘도록 지속되어 온 감상적이고 위선적인 표어(이념/냉전)가 물러간 자리에서 우리가 고통스럽게 다시 발견하고 있는 뿌리 깊은 진리다. 이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자신의 가족, 정신적 유산, 문화, 타고난 권리, 스스로를 부정하는 셈이다! 이것은 사소하게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나)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기(氣)나 경락(經絡)은 수천 년 이상 동양인들의 생명을 지켜왔지만 근대 서양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치였으므로 근대화 과정에서 미신으로 치부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과학의 발달에 따라 오히려 동양의학의 경험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양의학은 동양의학의 약재를 이용하기도 하고, 동양의학에서는 서양의학의 진찰요법을 활용하는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논제 1] 제시문 (가)와 (나)에 나오는 사고 체계의 차이점을 요약하고, (나)를 근거로 (가)에 나타난 사고 체계의 문제점을 비판하시오.
정홍배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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