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동숭동 서울대사대부설여중 과학실험실.
임혁 과학교사와 이민지(13) 이영흔(13) 양이 촉매실험을 진행했다. 눈금실린더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독약으로 사용한 과산화수소에 주방용 세제를 넣은 뒤 실험색소인 요오드화칼륨을 넣었다. 잠시 뒤 비눗방울이 부글부글 솟아오르더니 실린더 밖으로 넘쳐흘렀다.
그 순간 두 학생이 “와, 정말 되네. 신기하다”는 탄성을 터뜨렸다. 과산화수소에 촉매를 넣으면 물과 산소로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이 과정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실험의 포인트는 세제를 넣어 실린더 밖으로 빠져나가는 산소를 거품 속에 가두는 것이다.
학생들이 과학과 친해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 과학은 멀리 있지 않다
과학의 출발은 호기심이다. 하지만 어릴 때 부모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호기심이 많던 아이들은 정작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면 질문을 멈춘다.
임 교사는 “과학이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은 과학 공부가 실험이 아니라 이론과 암기 위주의 공부로 반복되기 때문”이라며 “간단한 실험만 자주 해도 아이를 과학과 친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실험에 참가한 두 학생은 “실험이 없는 과학 수업은 정말 지루하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즉석에서 종이와 풀을 이용해 간단하게 부메랑을 만들었다. 이영흔 양은 “촌스러운 종이 부메랑이지만 중요한 과학원리를 담고 있다”며 “공기의 흐름이 빠르면 압력이 낮아지는 ‘베르누이의 정리’와 비행기를 뜨게 하는 양력이 작용해 부메랑이 던진 사람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 과학은 이벤트다
초등생까지는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시기 부모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아이들이 질문을 던지면 알고 있는 것은 너무 빨리 대답하고, 모르는 내용은 귀찮아하거나 피하는 것이다. 이럴 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 질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가장 훌륭한 과학교육은 실험이라고 말한다. 여러 번 설명하는 것보다 1, 2차례 실험을 통해 그 원리를 보여 주는 것이 이해도 빠르고 효과적이다. 가족신문을 만들거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실험을 일종의 ‘놀이’처럼 진행하면 아이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사고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실제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과학실험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2m 거리에 신문지를 걸어 둔 뒤 빨대에 성냥을 넣고 입으로 힘껏 불어 신문지를 뚫어 본다. 장난처럼 보이지만 힘과 이동거리의 관계를 알 수 있다. 1개의 빨대로는 신문지를 뚫기 어렵지만 여러 빨대를 이어붙이면 가능하다.
못쓰는 CD 양쪽에 종이컵을 붙인 뒤 자석 4개를 컵의 중심 가까이와 좀 더 멀리 붙여 2종류의 CD 자석 바퀴를 만든다. 중심에 가깝게 자석을 붙인 것이 힘의 간섭을 덜 받아 빠르게 굴러간다.
동아사이언스(www.dongascience.com), LG사이언스 랜드(www.lg-sl.net),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tes.or.kr) 등 과학과 관련된 각종 사이트에는 손쉽게 할 수 있는 과학실험 방법과 퀴즈 형식의 과학 상식 등이 소개돼 있다.
단 실험이 너무 어렵거나 위험한 것은 피해야 한다. 막상 실험해도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아이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실험해 보는 것이 좋다.
전기장치나 촛불, 화학약품 등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실험은 안전에 유의하면서 전문가의 조언을 받은 뒤 진행해야 한다.
○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워라
실험과 함께 아이의 학습능력에 맞는 책과 체험학습의 기회를 자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미있고 유익하게 구성된 책을 보거나 과학관과 자연사박물관 등 체험형으로 과학을 접할 수 있는 곳을 자주 찾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아이의 관심을 끈 뒤 실험을 통해 각종 과학원리를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법이다. 아이가 관심 없는 부분을 강요하거나 가능한 한 많은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욕심은 피해야 한다.
과학은 특히 집중력과 사고력, 상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고할 여유를 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학 현장을 방문하거나 실험을 했다면 그림일기나 짧은 보고서를 쓴다. 글 쓰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3∼5줄의 짧은 글도 관계없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한국생명과학연구소,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네이처생명과학원 등 실험실습 중심으로 과학을 흥미롭게 가르치는 기관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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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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