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장관은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오전 법무부 실·국장급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한 뒤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는 홍만표 법무부 홍보관리관을 통해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검찰이 최선을 다하여 수사했다고 믿고 있고, 검찰에 대한 기본적 신뢰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BBK 특검법이 국민의 이름으로 의결되어 송부된다면 겸허히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국민적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더욱이 특정 후보의 동영상이 공개돼 의혹이 일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특검법 수용 배경을 설명했다.
정 장관의 선택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동영상 공개와 관련한) 국민적인 의혹을 해소하라”는 노 대통령의 지시와 “수사할 만큼 했다”는 검찰의 반발을 절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엔 검찰 내부의 기류 변화와 함께 전날 이 후보의 특검법 수용이라는 변수도 동시에 작용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그러나 정 장관은 이날 “특검법 자체가 갖는 헌법정신과의 충돌, 실효성과 비용 등 문제점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법치주의 정착과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권익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검찰 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정치적인 이유로 검찰의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어쩔 수 없이 국회에서 의결한 ‘이명박 특검법’을 받아들이지만 대선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략적 목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정 장관의 결정이 노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한 것처럼 비치자 홍만표 홍보관리관은 “대통령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라고 지시한 게 아니라 수사지휘권을 포함해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라는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대통령은 어제 ‘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되 국회에서 특검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실효성 있는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며 “(정 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들여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검찰은 고심 끝에 내린 법무부 장관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 특검법은 국회가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면 적극 협조하겠다”고만 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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