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의 김영환 배출물관리과장은 “유출 원유에는 휘발성이 강한 경질유가 30∼50% 섞여 있어 실제 바다에 남아 있는 원유량은 유출량의 절반이 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에 따르면 17일까지 태안지역 해상과 해안에서 회수한 원유는 시프린스호 사고 발생 후 5개월간 회수한 양보다 많았다.
○ 제 모습 찾아 가는 해안
10일째 이어진 방제작업으로 태안군 해안의 기름 오염은 유출 사고 직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방제작업을 조언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해안경비대 태평양지부 소속 조지프 로링 소령은 이날 해안을 둘러본 뒤 “처음 TV로 봤을 때와 달리 단기간에 해변의 기름이 많이 제거됐다”며 놀라워했다.
또 방제대책본부는 오염된 태안군 해변 40여 km 가운데 기름 제거 작업이 크게 진척된 천리포, 신두리, 구례포 등 해변 16km는 조만간 응급 방제작업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제대책본부 윤혁수 경비구난국장은 “앞으로 갯바위, 암벽, 자갈밭 해안은 세척기 등을 투입해 기름을 제거하고 기름이 모여 있지만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는 군 병력과 방제 전문 업체를 동원해 제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자원봉사자 연인원 16만 명 넘어서
방제작업 속도가 빨라진 데는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컸다.
이날까지 방제작업에 참여한 연인원은 23만6855명. 이 중 순수 자원봉사자(16만7671명)가 71% 정도다.
자원봉사자 지원 업무를 맡은 태안군 곽동석 주민생활지원과장은 “온 국민이 이번 사고를 자신에게 닥친 재난처럼 느끼며 적극적으로 방제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일부 자원봉사자는 제주도에서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봉사하러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고 유역이 해안과 멀리 떨어져 있던 시프린스호 때와 달리 이번 사고는 해변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해 자원봉사자의 접근이 쉽다는 점도 방제작업 속도가 빨라진 이유다. 사고 초기 혼선을 빚었던 방제 당국의 지휘체계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 다양한 방제 아이디어 속출
지역주민들은 기름 제거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속속 내놓고 있다.
태안군 이원면 꾸지나무골해수욕장 주변에서 숙박업체를 운영하는 김정욱(50)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소규모 직물공장에서 폐원단을 가져와 방제에 이용하고 있다. 길이 200m, 폭 1m의 폐원단을 해변에 늘어놓아 밀물, 썰물 때 해변에 드나드는 기름이 걸리도록 한 것.
현수막이 기름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수거한 불법 현수막, 폐현수막 등을 태안군으로 보내고 있다. 이 밖에 전국에서 보내 온 헌옷 등도 기름 제거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또 소원면 만리포, 원북면 신두리해수욕장 등에는 고온, 고압으로 물을 내뿜어 바위 등에 엉겨 붙은 기름을 제거할 수 있는 고압세척기 42대가 배치됐다.
한편 이날 유출된 기름은 타르 덩어리 형태로 사고 해역에서 남쪽으로 140km가량 떨어진 전북 군산시 앞바다 말도 부근까지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군산시와 군산해경 등은 전북지역 최대 어장이자 관광지인 고군산군도까지 타르 덩어리들이 밀려들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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