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동료 앞에서 ‘복장 단정’ 외치게 한 징계는 위법”

직장 동료들 앞에서 ‘고객 친절’, ‘복장 단정’ 등의 구호를 외치게 한 징계처분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민중기)는 운전사 A 씨에게 구호를 외치게 하는 징계를 내렸다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 징계 판정을 받은 시내버스 운송회사 B사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 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회사 측에 패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버스회사 측이 봉사활동을 빙자해 구호를 외치게 한징계처분은 회사 내 질서를 유지하려는 수단이라기보다 A 씨에게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징계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므로 부당하고 위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비위 행위를 스스로 알리도록 비위 행위자에게 특정 행위를 강제하는 것은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버스회사 측은 지난해 10월 한 모니터 요원에게서 ‘A 씨가 승객들에게 불친절했다’는 보고를 받고 A 씨에게 차고지 안에서 ‘고객 친절’ 등의 구호를 매번 1시간씩 모두 8시간 동안 외치라고 지시했다.

이에 A 씨가 회사의 지시가 부당하다며 중노위에 부당 징계 구제를 위한 재심을 신청한 것이 받아들여지자 이에 불복해 회사 측은 소송을 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