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것도 죽을 지경인데 뭐가 부족했던지 입을 다물라 해 놓고 이번에는 주먹으로 계속 뺨을 때리기 시작하더라고. 각목으로 허리를 맞고 쓰러졌는데 정신을 차려서 보니 온몸이 젖어 있고 얼마나 맞았던지 나중에 보니 어금니 3개가 없더라고….”
1943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탄광에 끌려갔던 징용피해자 김계순(86·전남 완도군 완도읍 화개리)씨의 증언이다.
이국언(39·‘시민의소리’ 기자) 씨가 최근 펴낸 ‘빼앗긴 청춘 돌아오지 않는 원혼’(사진)은 일제강점기 때 광주 전남에서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의 증언집이다.
이 책은 징용된 군인 군속 군위안부 여자근로정신대 등 다양한 형태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제의 ‘징용령’에는 만 17세 이상의 남자만 노무자로 동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태평양전쟁 막바지인 1944년 이상업(80·영암군 영암읍) 씨는 16세에 징용 영장을 받고 후쿠오카(福岡)의 미쓰비시(三菱)탄광에 끌려가 굶주림과 강제노동으로 혹독한 고생을 치렀다.
양금덕(79·여·광주 서구 양동) 씨는 13세 때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상급학교에도 진학할 수 있다”는 초등학교 일본인 교장의 꾐에 속아 나고야(名古屋)의 한 군수공장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했다. 그의 친구 6명은 지진으로 숨졌다.
여자근로정신대 동원자들은 광복 후 고향에 돌아와서도 위안부 취급을 당해 정상적인 가정을 이루지 못하는 등 이중의 아픔을 겪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80대 안팎의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조국은 해방됐는지 몰라도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저자는 “일제 강제동원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국가 사회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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