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크리스마스, 예수 탄생의 의미는…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5분


많은 사람이 따르는 종교

다른 문화 끌어안는 힘 지녀

한국의 성탄절은 어떤 모습일지…

‘가톨릭’이라는 말은 ‘어디서나 통하는’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katholou’에서 나왔다. 기독교 사상은 흔히 하나의 신만 오롯이 믿는 꽉 막힌 신앙이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전 세계에 널리 퍼진 종교란 여러 문화를 넉넉하게 끌어안기 마련이다.

크리스마스만 해도 그렇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생일로 기리는 날이다. 그러나 12월 25일은 원래 로마인들의 ‘태양 탄생일’이었다. 로마인들은 햇빛이 가장 짧아졌다가 다시 길어지는 동지(冬至)를 축제날로 삼았다. 성경에서도 그리스도를 ‘세상의 빛’이라고 말한다. ‘빛’이라는 고리는 로마인의 전통과 기독교의 가르침을 자연스레 이어 주었을 터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이집트에서 비롯되었다. 이집트에서는 동지 축제에 나뭇가지로 장식을 하던 전통이 있었다. 트리에 붙이는 장식도 로마에서 동짓날 월계수에 매단 촛불과 별달라 보이지 않는다.

산타클로스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성경에 나오는 인물은 아니다. 산타클로스는 원래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였다. 그는 터키 지방에서 주교(主敎)를 지냈던 인물이다. 흥미롭게도, 지금의 산타클로스는 전혀 터키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하고 있다. 그는 전나무로 가득 찬 북유럽의 숲에서 산단다. 게다가 썰매를 끄는 루돌프는 추운 곳에서 사는 순록이다. 어딘가 북유럽 신화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산타클로스는 굴뚝을 통해 집으로 들어간다. 굴뚝과 이어진 벽난로는 그리스에서 가족을 지키는 헤스티아 여신이 머무는 곳이다. 이처럼, 크리스마스 풍습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여러 문화의 모습이 고루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믿고 따르는 종교는 사람들의 바람과 기대를 결코 밀어내지 않는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절에는 산신령을 모시는 산신각(山神閣)이 있다. 좋은 종교는 미신의 나쁜 면은 버리고 좋은 측면만을 추려 내는 기능도 한다. 황량한 사막에서 출발한 기독교가 전 세계에 뿌리를 내리게 된 배경에는 그런 포용력이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심이 큰 종교들은 세속의 어지러움에 휘둘리는 모습도 종종 보이곤 한다. 온통 상술로 가득 찬 우리네 크리스마스 문화도 그렇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왁자지껄한 거리에서 벗어나, 예수 탄생의 의미를 조용히 되짚어 보면 어떨까.<끝>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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