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문제는 지난달 28일 열린 수능시험 이의심사위원회에 정식으로 올랐으나 평가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물리학회가 그제 ‘정답이 두 개’라는 공식 의견을 밝혔을 때도 평가원은 ‘새로운 답은 교과과정 밖에 있기 때문에 기존의 답이 맞다’고 우겼다. 평가원의 경직되고 오만한 자세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평가원이 수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7일 이전에만 바로잡았더라도 피해와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
물리학회가 잘못된 출제라고 결론 낼 정도여서 복수 정답 인정은 불가피했다. 그런데도 평가원은 올해 도입된 수능시험의 등급을 재산정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엉뚱한 고집을 부렸다. 관료적 편의주의를 비판받아 마땅하다.
평가원은 새 정답 인정으로 등급이 오르는 수험생의 성적표를 새로 발부하겠다지만 어차피 수시 전형은 뒤죽박죽됐다. 불합격한 수험생 가운데 복수 정답을 인정받아 합격권에 포함되는 학생에 대한 구제조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정시모집 역시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원서접수를 마감한 대학도 있고 대부분 원서를 접수 중이다. 출제 오류로 낮은 등급을 받아 어쩔 수 없이 하향 지원한 학생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 당국은 납득할 만한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수능 등급제 때문에 수습이 더 힘들어지고 수험생의 고통이 더 커졌다. 올해 입시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정강정 평가원장이 사퇴를 표명했는데 책임 문제를 그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입시에 사사건건 개입하던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이 마당에선 왜 이리 조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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