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교과서 개혁

  • 입력 2007년 12월 25일 03시 00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 폴 새뮤얼슨이 쓴 ‘경제학(Economics·1948년)’은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경제학 교과서로 평가된다. 쉽고 친절하면서도 내용도 재미있다. 경제학의 전 분야를 망라하면서도 체계적이어서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 보급됐다. 새뮤얼슨의 ‘경제학’ 덕분에 전 세계의 경제학도들은 나라와 언어는 달라도 같은 교과서의 지식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세계 많은 나라 학자들에게 공통의 ‘경제학 언어’를 선사한 의미가 크다.

▷교과서는 한 사회의 ‘공식적 지식’의 창고다. 한 사회에 존재하는 풍부한 지식을 쉬우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교과서가 좋은 교과서다. 좋은 교과서가 많으면 지식 재발견의 비용이 줄어든다. 이미 남들이 발견해 잘 다듬어 놓은 지식을 혼자 힘들여 다시 얻는 것처럼 딱한 일도 드물다. 소설가 복거일(문화미래포럼 대표) 씨는 “재발견의 도로(徒勞)를 피하려면 지식이 뻗어나가는 맨 앞쪽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 일에서 교과서는 가장 좋은 길잡이”라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우리 사회에서 교과서를 통한 이념전쟁이 벌어졌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시장경제의 본질을 왜곡한 좌파 역사·경제 교과서들이 범람했다. 조상과 부모 세대가 흘린 땀을 ‘청산 대상’으로 몰고 간 교과서가 미래 세대에게 미칠 영향이 두렵다. 이들 교과서는 언젠가 우리에게 사회적 비용을 청구할 것이다. 좌파 교과서가 넘쳐 나는 데 위기감을 느낀 뉴라이트 계열 지식인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한민국의 정통성,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 등을 바탕에 깐 역사·경제 교과서를 내놓은 것은 ‘그나마, 참으로’ 다행이다.

▷미국 뉴스위크 유럽판 경제에디터인 스테판 테일은 “국가경쟁력 강화는 교실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 지도자들이 개혁을 외치지만 속도가 더딘 이유는 반(反)기업 반세계화의 내용을 담은 교과서 때문”이라고 했다. 교과서 개혁이야말로 국운(國運)을 살리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문화개혁이자 정신개혁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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