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물리Ⅱ 이의신청처리 어떻게했기에

  • 입력 2007년 12월 25일 03시 09분


실무위 11명중 외부인사 1명뿐

출제진이 심사… 오류방어 급급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4일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 영역 물리Ⅱ 11번 문항의 복수 정답을 인정키로 했지만 수능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 처리 과정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평가원의 이의신청 처리는 이의심사실무위원회(실무위) 심사와 본심사의 2단계로 나뉜다. 평가원은 실무위의 논의를 거쳐 심층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이의신청에 대해서만 본심사에서 논의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 학회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원은 이번 수능의 경우 물리Ⅱ 11번 문항을 포함해 총 124개 문항을 심사하면서 모두 실무위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학회 등 권위 있는 기관의 의견을 수렴할 기회를 스스로 봉쇄한 셈이다.

평가원의 폐쇄적인 이의신청 처리 과정을 감안할 때 실무위의 인적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평가원은 실무위를 대부분 수능 출제와 관련된 인사들로 구성했다.

물리 과목 실무위는 11명으로 △수능 기획위원과 출제위원 7명 △평가원 소속 물리 영역 위원장 1명 △평가원 물리 담당 연구원 1명 △평가원에 파견된 고교 과학교사 1명 △외부 교수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외부 교수 1명을 빼면 모두 수능 문제 출제와 관련이 있거나 평가원 소속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심사 과정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출제자와 출제된 문제를 옹호하는 경향이 강해 방어적인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출제위원 경험자들의 지적이다.

언어 출제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출제위원이 다수인 1단계 심사를 통과해야 외부 기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외부 인사가 문제를 제기해도 다수가 옹호하기 때문에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능의 물리Ⅱ 11번 문항처럼 문제가 불거져도 회의 참가자, 회의 및 결정 과정을 모두 기밀로 처리해 함구하는 폐쇄적인 운영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일선 고교의 한 물리 교사는 “이번 실수는 초보적인 수준의 것이라 놀랍다”며 “참여정부에서 출제위원을 선발하면서 학벌 타파 명분을 내세워 서울대 등 특정 대학 교수, 유명한 교과서 및 참고서 저자 등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바람에 유능하거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참여하지 못한 것도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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