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한 7일부터 지금까지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충남 태안에 쏠려 있다.
30만 명 이상의 자발적
봉사자가 태안군 해안에서
차가운 바닷바람을
견디며 모래와 갯벌,
바위에 엉켜 있는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장롱을 뒤져 안 입는 옷을 보내 기름 제거를 돕거나 음성자동응답장치(ARS) 등을 통해 성금도 보태고 있다.
태안군 홈페이지에는 격려의 글이 수만 개 올라와 있으며 ‘기름띠를 제거하는 좋은 방법’이라며 제시한 아이디어도 수천 건이다.
휴일인 23일 태안군청을 방문한 이완구 충남지사는 “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분들은 ‘버림의 땅’이 될 뻔한 태안군을 살려주는 은인들”이라고 울먹였다.
충남도는 앞으로 3년 동안 봉사 참여자들에게 서해안 해수욕장의 주차료를 면제해 주고 숙박비를 할인해 주는 등의 보은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다소 성급한 이야기지만 태안군민들도 그들에게 보은의 방법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서해안의 ‘바가지’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름철이면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식당 등은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것이 그동안 서해안의 이미지다.
2005년 강원 고성 산불 때 자원봉사자들부터 큰 도움을 받았던 고성군민들은 관광지의 모든 바가지요금을 없앴다. 이후 동해안은 ‘서해안과 달리 바가지가 없다’는 말이 퍼졌다.
오염 피해를 입은 신두리 해수욕장에서는 여성 자원봉사자들이 부족한 화장실 때문에 30∼40m씩 줄 서 있는 모습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근처 수많은 숙박업소들은 방마다 화장실이 있는데도 문을 굳게 닫아 놓았다. 자원봉사자들에게 묻은 기름이 옮겨 묻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화장실 앞에 길게 줄 선 사람들은 누굴 위해 온 것인가.
이제 서해안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내년 여름 다시 찾아왔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보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바가지’부터 없애는 것, 그것이 바로 ‘보은’의 첫발이 될 것이다.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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