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20개 교회 1년간 지원키로
“절망에 빠진 태안지역 어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만큼 성탄절에 꼭 맞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서울 강남구 나들목교회 박원영 목사)
“기독교인들과 함께 땀 흘리며 봉사하면서 종교의 벽을 넘어서는 기분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경기 수원시 봉령사 신해 총무스님)
성탄절인 25일 사상 최악의 기름오염 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군 해안에는 2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와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이날 태안군에는 기독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방문해 ‘나눔의 성탄 정신’을 실천했다.
기독교연합봉사단의 태안지역 자원봉사본부가 세워진 이곳에서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신도 6명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성탄 예배에 참가했다.
이 교회의 박일남 집사는 “할 일이 많아 이곳에서 인터넷 예배에 참가한 뒤 곧바로 기름제거 작업을 했다”면서 “어떤 성탄절보다도 뜻 깊은 날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 교회 신도 200여 명은 오전 8시 예배에 참석한 뒤 버스를 타고 태안군으로 내려와 기름 방제작업에 참가했다.
또 전국 120개 교회로 구성된 한국교회희망연대는 태안군에서 기름 피해가 가장 심한 마을 30곳, 이 지역 교회 30곳을 앞으로 1년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태안지역 마을 및 교회와 자매결연 맺기 △학생 장학금 지원 △사랑의 쌀 나눠주기 △수련회 태안반도로 가기 △단기 해외선교 태안반도에서 자원봉사로 대신하기 등 ‘태안반도 살리기 5가지 실천운동’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11일부터 기름 제거 작업과 식사 제공 등의 봉사활동에 매일 400∼60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가하고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는 이날 하루 미사를 보기 위해 봉사활동을 쉬었다. 하지만 26일부터 다시 태안군을 찾아 곧바로 방제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날 경기 수원시에 있는 사찰인 봉령사의 스님과 신도를 포함한 280여 명의 한국불교 조계종 자원봉사단은 소원면 소근리에서 기름 제거 작업을 벌였다.
충남 예산군 수덕사에 사무실을 둔 ‘조계종 태안기름유출 방제대책본부’의 곽호일(수덕사 사무장) 씨는 “조계종 신도들은 14일부터 태안군 해안에서 방제작업을 하는 한편 작업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 측은 태안군이 기름오염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스님과 신도들이 지속적으로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다.
부산의 대한불교 천태종 삼광사 스님과 신도 85명도 소원면 망산해수욕장을 찾아 해변가의 기름을 제거했다.
삼광사의 효성 스님은 “‘삼라만상이 한 몸’이라는 부처님의 말씀대로 신도들이 기름을 닦아내면서 자기 몸을 닦는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기름 제거 작업이 끝난 뒤에는 장사가 안 돼 걱정하는 태안지역 음식점을 찾아 회식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경에 태안군 안흥면 앞바다의 평균 수면이 692cm까지 높아지는 ‘한사리’가 찾아왔다. 하지만 자원봉사자와 군경이 해변에 있던 기름 방제 폐기물을 내륙으로 미리 옮겨 놔 우려됐던 2차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촬영: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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