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끝나자… 경찰, 속보이는 변신

  • 입력 2007년 12월 28일 02시 57분


대선을 코앞에 두고 기자실을 강제 폐쇄하는 등 취재 봉쇄에 열을 올리던 경찰 최고위 간부들이 대통령선거 이후 태도를 180도로 바꿔 경찰 안팎에서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권력을 향해 코드를 맞추는 경찰의 ‘해바라기 속성’을 여지없이 보여 주는 구태라는 내부 비판까지 일고 있다. 대선 이틀 뒤인 21일 이택순 경찰청장은 이동선 홍보관리관(경무관)을 통해 출입 기자들에게 송년회를 제안했다.

이 청장은 12일 기자실 강제 폐쇄 이후 전·의경을 동원해 기자들의 청장실 출입을 봉쇄하고 기자들의 전화도 일절 받지 않았다.

12일부터 기자들의 면담을 거부해 오던 어청수 서울지방경찰청장도 24일 갑자기 출입 기자들에게 점심 식사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연말이어서 고생하는 출입 기자들과 식사를 같이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청장과 어 청장의 제안은 출입 기자들로부터 거절당했다.

수뇌부들의 이 같은 발 빠른 변신에 맞춰 경찰청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본관 2층의 기존 기자실에서 쫓겨나 로비에서 취재 및 기사송고를 하고 있는 16개 언론사 출입기자들에게 청사 내 출입카드를 배부했다.

경찰청은 14일 본관 1층 계단과 엘리베이터 앞에 유리차단문과 검색대를 설치한 뒤 출입 기자들에게 5개의 출입카드만 주고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자유로운 취재를 위해 모든 기자에게 출입카드를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그동안 경찰청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모든 기자에게 출입카드를 배부한 이유에 대해 정철수 경찰청 홍보담당관(총경)은 “당초 출입카드를 5개 비치하면 기자들의 청사 출입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칫 출입 통제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전 언론사에 출입카드를 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26일 경찰청은 동아일보 등 14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낸 정정보도 신청도 취하했다.

갑작스러운 언론중재 취하 결정에 대해 정 홍보담당관은 “경찰청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신청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됨으로써 경찰이 왜 중재 신청을 했는지 국민이 잘 알게 됐다”며 “중재위에 가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취하하기로 했다”고 실토했다. 이 같은 돌변에 대해 경찰의 한 고위 간부는 “기자실 ‘대못질’에 앞장섰던 간부들이 기자실 원상회복을 공약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 아니겠느냐”며 “밖에서 우리 조직을 얼마나 얄팍하게 볼지 낯 뜨겁다”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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