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들이 재배한 배추 기탁…
‘올해는 혹시 안 오시나’ 했던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8년째 어김없이 나타났다. 대선과 어려운 경기 등으로 복지시설을 찾는 발길이 예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드러내지 않고 이웃을 돕는 보통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은 유난히 빛난다.
전주
27일 오전 11시 반경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사무소에 30대 후반으로 짐작되는 한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지하주차장 입구 화단에 가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이 화단에 달려가봤더니 동전 29만8100원이 든 돼지저금통과 현금 2000만 원 뭉치가 놓여 있었다.
그는 작년 이맘때도 같은 자리에 현금 800만 원과 동전 51만3210원이 들어 있는 돼지저금통, “불우한 이웃에게 작은 정성을 나눌 수 있어 정말 기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이 적힌 메모지가 담긴 쇼핑백을 두고 갔다. 이 사람이 남몰래 성금을 놓고 간 것은 2000년 이후 올해로 꼬박 8년째. 지금까지 모두 5403만1000원이나 된다.
전주시는 올해 초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 시청 현관과 구청, 동사무소, 금융기관 등 128곳에 설치한 ‘황금돼지 저금통’을 26일 개봉했다. 모인 돈은 1억4000여만 원. 경기도에 사는 유모(82) 씨는 9월 5000만 원을 이 저금통에 넣었고 전북대와 전주대 학생들은 축제에서 모은 돈으로, 완산구 해바라기 봉사단과 덕진구 사랑의 울타리 봉사단도 정성을 모아 돼지에게 먹이를 줬다.
무주중학교 학생들은 쉬는 시간 틈틈이 짠 30여 개의 털목도리를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전해 달라며 24일 무주군에 맡겼다.
제주
KT 제주본부는 올해 9월 태풍 ‘나리’로 인해 발생한 수재민을 돕기 위해 제주지검에서 기탁한 컴퓨터를 무상으로 수리해 사용 가능한 460대 가운데 60대를 26일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했다.
건설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1억3000만 원을 지원해 제주지역 소외 계층 초중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JDC와 사랑의 열매가 함께하는 즐거운 영어캠프’를 마련했다.
광주
광주 남구 주월초등학교 학생들은 주말 체험농장에서 재배한 배추 50포기와 무 70개를 최근 북구 장등동 장애인시설 ‘즐거운 집’에 기탁했다. 이들은 또 김치 공장을 찾아가 직접 양념을 버무려 담근 김장 김치 100포기도 전달했다.
목포시 공무원들은 최근 ‘청렴 돼지 저금통’을 털어 300만 원을 장애인과 소년소녀 가장, 죽교동 사랑의 집, 삼향동 경로당 등을 방문해 성금과 물품을 전달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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