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기록이 없어 미국 시민권 시험을 문제없이 볼 수 있었던 형이 출국한 지 10년 만에 범죄인인도청구로 송환된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김경준(41·구속기소) 씨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한 신모(49) 씨의 동생은 최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형의 송환에 이상한 점이 많다”며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은 신 씨의 송환 과정에서 제기된 의문점들이 여권 인사 연루설이 나도는 김 씨의 기획입국 의혹을 풀 수 있는 또 다른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만의 범죄인인도청구 후 국내 송환=신 씨의 동생은 “2005년까지 미국 시민권 시험에 응시했던 형은 지난해 느닷없이 범죄인인도청구가 돼 체포됐다”고 말했다.
신 씨 동생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서 강도상해 혐의를 받던 중 신 씨는 1997년 미국으로 도주한 뒤 미국 영주권을 얻었다. 2005년까지 두 차례 시민권 시험도 봤다.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는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거쳐야 하는데 중한 범죄 기록이 있다면 서류심사에서 탈락한다. 신 씨는 도주한 뒤 9년 동안 범죄인인도청구가 되지 않았다가 지난해 갑자기 범죄인인도청구가 돼 체포된 것이다.
▽같은 감방에 비슷한 송환 시기=공교롭게도 신 씨는 체포된 뒤 김 씨와 로스앤젤레스 구치소의 같은 방에 수감됐다. 김 씨가 지난달 한국에 송환되기 직전에 신 씨가 먼저 송환됐다.
같은 방에서 김 씨와 친해진 신 씨는 수감 1년여 만인 10월 말 한국으로 송환돼 대전구치소에 수감됐다. 김 씨가 송환되기 2, 3주 전이며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1년에 평균 5, 6건에 그치는 범죄인인도청구에 의한 국내 송환이 같은 구치소 내 같은 방에 수감된 신 씨와 김 씨에 대해서는 별 문제 없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범죄인인도청구에 의해 국내 송환이 이뤄진 경우는 △2004년 5명 △2005년 6명 △2006년 4명 △올해 상반기 8명이다.
▽국내 송환 이후 의문점=신 씨가 한국에 송환된 뒤에도 미심쩍은 상황이 이어졌다.
국내에 들어온 신 씨가 동생을 통해 미국의 김 씨에게 전달한 편지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신 씨가 지난달 10일 쓴 편지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이곳 분위기는 그것이 아니고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먼저 송환된 신 씨가 로스앤젤레스 구치소에서 김 씨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한 발언을 변호인 접견을 통해 외부로 흘려 분위기를 잡으려 했으나 계획이 틀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 무렵 대통합민주신당 측 인사들이 ‘변호인 접견’을 명분으로 신 씨를 접촉하려고 했다.
신 씨의 동생은 “(형이 송환된 뒤) 신당 쪽에서 계속 전화가 왔으며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신 씨의 동생조차 형의 송환 사실을 모르고 있을 때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의 동향 출신 변호사인 이모 변호사가 먼저 “형이 송환됐으니 도와주겠다”고 전화를 걸어온 것도 의문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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