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사람&문화]<8>서울 삼청동 토이키노 뮤지엄 손원경 대표

  • 입력 2007년 12월 31일 02시 53분


영화캐릭터 20년간 40만점 수집

“박물관 세우려 살던 집도 팔았죠”

최신 美애니메이션부터 7080 추억의 만화까지

“부모-아이 함께 즐겨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토이키노(Toykino) 뮤지엄 앞. 엄마 손을 잡은 어린이 몇몇이 박물관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개장 시간인 오후 1시 정각. 장난감으로 가득 찬 박물관에 들어선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와∼미키마우스다.” “슈퍼맨이랑 배트맨도 있네.” “엄마, 키 큰 터미네이터 눈에서 불이 나와요.”

잠시 후 유치원생 10여 명이 단체 관람을 왔다. 박물관 안은 장난감에서 나는 온갖 기계음과 함께 아이들 목소리로 가득했다.

○ 장난감(Toy)+영화(Kino)… 지난 5월 개장

토이키노는 장난감(Toy)과 영화(Kino)의 합성어. 올해 5월 상시 개장을 시작한 토이키노 뮤지엄에는 영화에 나오는 각종 캐릭터 15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물의 대부분은 ‘피겨’(만화나 영화 캐릭터를 재현한 캐릭터 인형)나 ‘스태추’(관절이 움직이지 않는 관상용 피겨)다.

박물관은 1관과 2관으로 나뉘어 있다.

1관에는 미키마우스나 토이스토리 등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 슈퍼맨과 배트맨 같은 슈퍼 영웅 캐릭터, 미국프로야구(MLB)와 미국프로농구(NBA) 등의 스포츠 선수 캐릭터, ‘반지의 제왕’ 등 영화 캐릭터 10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2관은 1970, 80년대 유년기를 보낸 어른들을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아톰, 마징가Z, 은하철도999 등 30, 40대 어른들이 어릴 적 즐겨 봤던 만화 캐릭터가 즐비하다. 또 ‘홍능 8연발 화약총’을 비롯해 1970, 80년대 문방구에서 아이들을 유혹했던 ‘프라모델’(실물을 정교하게 축소한 플라스틱 장난감)들이 잘 전시돼 있다.

○ “나는 ‘오타쿠’가 아니라 타고난 수집가”

이 박물관을 세운 손원경 대표는 ‘영화관 키드’다.

어릴 적부터 영화에 빠져 살았고, 철이 든 뒤에는 어린 시절 봤던 영화나 만화에 참을 수 없는 향수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영화 속 캐릭터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20여 년간 그가 모은 캐릭터는 모두 40만여 점.

장난감 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그는 몇 년 전 살던 집을 팔았다. 자동차도 없다.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진과 연극영화를 전공한 그는 사진과 광고 관련 일을 하면서 버는 돈을 모두 장난감을 사는 데 쓴다. 결혼은 내년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이만하면 ‘오타쿠’(특정 분야에 매료돼 관련 용품을 사는 데 돈을 아낌없이 쓰는 사람)라 할 만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타고난 수집가일 뿐”이라고 말한다. 손 대표는 “수집가가 누리는 최종적인 묘미는 바로 전시”라며 “토이키노 뮤지엄을 부모 세대와 아이 세대가 함께 좋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할아버지 평생 업적 담긴 서예박물관도 건립

손 대표는 20세기 한국 서예의 거목인 소전 손재형(1903∼1981) 선생의 손자다. 소전 선생은 1945년 ‘서예’란 말을 처음 붙인 서예가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예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서예를 중국에서는 ‘서법’, 일본에서는 ‘서도’라고 부른다.

소전 선생은 일본으로 건너가 간곡한 설득 끝에 추사의 ‘세한도’(국보 180호)를 되찾아 온 일화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손 대표는 “장난감 박물관과 더불어 할아버지가 평생을 바쳤던 서예를 위한 박물관을 서울에 세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소전 선생의 고향인 전남 진도에는 2003년에 소전미술관이 건립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촬영: 이헌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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